마이크로 LED, 중국·대만이 움직인다

마이크로 LED 시장을 향한 대만과 중국 기업 공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대만 LED 업체인 에피스타는 중국 리야드옵토일렉트로닉(利亞德光電)과 중국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에피스타는 최근 대만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회사인 연리치테크놀로지(Yenrich Technology)가 리야드와 미니 LED·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개발, 제조하는 합작 회사 설립에 합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LED, 중국·대만이 움직인다

에피스타는 구체적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리야드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합작법인은 자본금 3억위안(약 497억원) 규모며 에피스타와 각각 50% 지분을 나눌 계획이다.

또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장수성 우시에 10억위안(약 1670억원)을 투자해 '최초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에피스타는 대만 LED 전문 기업이다. 중국 리야드는 LCD와 LED 등을 활용해 주로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만든 제조사다. 양사의 합작사 설립은 차세대 먹거리로 마이크로 LED를 점찍고 핵심 부품과 디스플레이 세트 회사가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 LED, 중국·대만이 움직인다

마이크로 LED는 통상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 LED를 뜻한다. 조명이나 LCD TV 백라이트로 활용되던 LED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작아져 디스플레이 '화소(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쓸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 LED는 자체 발광에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력 소모는 적으면서 햇볕 아래서도 밝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마이크로 LED가 LCD와 OLED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다만 마이크로 LED로 TV 1대를 만들면 가격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제조 단가가 비싸고 대량 생산 기술도 부족해 대중화를 위해선 여러 제반 여건이 개선돼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자료: Yole Report 2017>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자료: Yole Report 2017>

그러나 LED와 디스플레이 분야 강자인 중국과 대만이 마이크로 LED 상용화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주목된다. LCD, OLED에서 놓친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마이크로 LED로 역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에피스타와 리야드에 앞서 중국 TV 업체 콩카도 마이크로 LE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마이크로 LED 기술 및 장비 개발 등에 25억5000만위안(약 4200억원)을 들여 마이크로 LED 관련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콩카는 중국 내 상위 5위 TV 제조사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 LED 투자 이유에 대해 “마이크로 LED는 상업용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소비자용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고품질 TV 소비자의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콩카의 마이크로 LED 이미지. 회사는 CES에서 마이크로 LED 제품들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콩카의 마이크로 LED 이미지. 회사는 CES에서 마이크로 LED 제품들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플레이나이트라이드도 마이크로 LED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이다. 웨이퍼에 성장시킨 마이크로 LED를 디스플레이로 제조하기 쉽게 인터포저(임시기판)로 만드는 데 유일 상용화 했다. 플레이나이트라이드는 에피스타가 1대 주주고 삼성전자도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는 100인치 이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만드는 데 플레이나이트라이드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만 기술과 중국 자본·생산이 결합하는 양상”이라며 “삼성이나 LG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국내는 LED 기업 자체가 극소수고 허리 역할을 할 장비나 전사 기술 회사도 부족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초 공개한 75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삼성전자가 올초 공개한 75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