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키 잡은 공정위…배민-DH 합병 경우의 수

[이슈분석]키 잡은 공정위…배민-DH 합병 경우의 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공룡 탄생에 대한 결정권이 공정거래위원회 손에 넘어갔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신청서를 공정위에 지난달 30일 접수했다. 공정위는 빠르면 30일 이내, 연장할 경우 최대 120일 이내 심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심사는 기업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기업결합 전후 시장집중상황 △결합당사 회사 단독의 경쟁제한 가능성 △경쟁사업자 간 공동행위 가능성 △해외경쟁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만약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다고 인정되면 예외를 인정한다.

배민 측이 신청서에 어떤 내용을 부각했는지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업계에서는 시장획정 기준과 시장 성장 속도를 강조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온라인으로 개척이 이뤄지지 않은 시장 영역이 크다는 부분을 강변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낼 경우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 및 신산업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살 부담이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김봉진 대표는 경쟁사에 매각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다음 단계인 해외 진출을 위한 옵션으로 DH를 택한 것으로 본다”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국가 위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공룡 잡으러 네이버·카카오 나설까

두 기업 기업결합이 무리 없이 공정위 승인을 얻으면 IT 대기업이 배달 앱 시장에 진입하기 용이해진다. 통상 스타트업이 자리 잡은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이 불거진다. 그러나 점유율 90%가 넘는 독점시장이 형성되면 네이버나 카카오가 시장 균형을 잡는다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다. 배민 역시 매각 소식을 알리면서 IT 대기업의 시장진출 위협을 강조했다. 기존 기업합병 승인 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수수료 인상 및 영업 확대에 대한 제한을 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

네이버는 별도 배달 앱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플레이스' 등 앱 내 서비스에서 배달 음식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까지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 등록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주문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결제도 배민과 요기요 앱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주문 중개에 대한 별도 수수료는 아직 없다. 다만 네이버는 쇼핑 사업에서도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을 검색에서 노출시켜주고 매출 연동 중개 수수료 약 2%를 받아왔다. 중개 유입 트래픽과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네이버쇼핑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쿠팡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치고 올라왔다. 배달 앱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미 시장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네이버가 오프라인 스마트오더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배달의민족 '배민오더'와 경쟁 중이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톡 앱 내에서 '주문하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프랜차이즈 위주 식당만 입점해 있어 구색이 부족한 편이다. 다만 타 배달 앱과 달리 입점 및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월 이용료만 부과한다. 향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선물하기' 등 기존 서비스와 결합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이나 위메프 역시 이미 각각 '쿠팡이츠', '위메프오'로 배달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불허 사례 겨우 9건

공정위는 배민과 DH 기업결합을 3년 정도 합병 유예 기간을 두거나 아예 금지시킬 수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실질적 배달 앱 소비자인 가맹업주들은 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며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기업결합 불허 의견을 낸 사례는 많지 않다. 2003년 대선주조의 무학소주 인수 불허, 2009년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벌허, 2014년 에실로의 대명과학 주식 취득 불허한 사례 등 총 9번에 불과하다. 모두 제품 가격 인상 및 독과점 시장 구축을 인수합병 금지 사유로 들었다.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더라도 조건부 승인을 해 주는 것이 관례로 통한다.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2009년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 인수 모두 합병 이후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지만 조건부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배민 사례 역시 기업결합 허가 여부 보다는 수수료 상승폭 제한 등 어느 정도 수준 제한 조건을 달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만약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배민 측은 재심을 요청해 상황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지적한 사항을 부분 수정해 재차 도전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제 막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라 공정위 불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단계”라며 “최초 심사가 적격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단계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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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