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회사 안 팔아, 2년 내 흑자 자신"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는 매년 매각설에 시달리는 회사다. '샛별배송'으로 신선식품 배송시장을 선점한 1등 업체지만 누적적자, 성장한계설, 투자자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 계약 등이 매각설 근거로 제시된다.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만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저희는 어떤 상대와 지금까지 어떤 의견조차 주고받은 적이 전혀 없다. 대체 어디서 매각 결렬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나 주주들도 엑시트 욕구가 전혀 없다. 회사가 너무 빨리 크고 있어 최소 3~4년 동안은 성장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적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도 “향후 1~2년 내 충분히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지금도 상품과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지출을 줄이면 언제든지 흑자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세부적인 시기는 거시 전략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아직은 공격적인 투자가 더 중요한 시기라는 내부 판단이 더 우세하다.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외부 시선은 지난해 성적표로 불식시켰다. 2018년 1571억원 매출 대비 2~3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목표보다 조금 더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마켓컬리는 연간 목표를 세워놓고 매달 월 단위 목표치도 시장 상황에 맞게 다시 설정한다. 빠듯한 월간 목표를 매번 달성하는 방식이다. 높은 목표치에 맞춰 성과를 내는 것이 힘들었을 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마켓컬리는 현재 상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부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술 투자에 가장 집중했다. 엔지니어 인력을 확충하고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김 대표는 투자시기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본다. 회사가 커지고 난 이후에는 투자에 집중하기 어렵고, 상품, 물류 인프라, 고객, 파트너사까지 모든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확충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투자를 집행해 인프라를 확보해야 내년 물동량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 PB 상품 개발에도 투자를 늘린다. 최근 론칭한 하이엔드 한우 브랜드 '뿔'은 음성 축산물 공판장에서 직접 소를 잡아와 만든다. 마켓컬리가 원하는 프리미엄 한우를 공급하는 곳이 없어 직접 숙성부터 브랜딩까지 직접 한다. 품질에 타협하지 않으려면 한 마리 2000만원 가까이 하는 소를 여러 번 잡아봐야 한다. 모두 미래에 대한 투자다. 내년에는 직접 제품 생산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계획이다.

마켓컬리가 가난하던 시절 어렵게 발굴했던 공급사들은 현재 중요한 회사의 경쟁력이 됐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능력 설정까지 마켓컬리 MD가 함께 진행한 업체들이다. 상호 관계가 깊은 탓에 경쟁사에서 러브콜을 보내도 이동이 거의 없다.

세간에서 우려하는 마케팅 지출은 전혀 과도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사실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내년은 기존 대비 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슬아 대표는 김봉진 의장에 이어 차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여러 후보 중 하나로 논의되는 단계에 불과해 부담스럽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지 않다. 회사가 잘 되면 잘 될수록 격려 대신 욕을 먹어 자꾸 안으로 숨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 생산자, 소비자 모두 혜택을 누리고 고용 창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전달됐으면 한다”며 사회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