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캣츠'도 피하지 못한 불쾌한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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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캣츠>

뮤지컬 '캣츠'는 1981년 초연 이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무대에 올랐다. 40여년간 인기를 끌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역동적 안무로 고양이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관전 포인트. 뮤지컬을 보지 않았더라도 '메~모리~'로 시작하는 대표곡 메모리(Memory)는 많은 이들의 귀에 익숙하다.

반면, 영화 '캣츠'는 개봉과 동시에 악평에 시달리고 있다. 분장과 안무로 고양이를 표현한 뮤지컬과 달리 컴퓨터그래픽(CG)을 대거 적용한 게 독이 됐다. 고양이를 의인화한 수준을 넘어 불쾌하다는 평가가 주를 잇는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다.

영화 캣츠의 등장 인물은 사람을 닮은 고양이도, 고양이를 닮은 사람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털 달린 몸에 사람과 고양이를 반씩 섞어 놓은 듯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표정을 연기한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의인화된 바퀴벌레의 등장은 압권으로 손꼽힌다. 영화 내용을 떠나 받아들이기 힘든 불쾌감으로 인해 관람을 중도 포기했다는 관객까지 나올 정도다.

불쾌한 골짜기를 피하지 못한 영화는 캣츠뿐만이 아니다. 앞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라이온킹'도 같은 지점에서 혹평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예고편에서부터 불쾌한 골짜기로 구설에 오른 '슈퍼 소닉'은 결국 만화영화 원작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으로 캐릭터를 전면 수정해 개봉을 준비 중이다.

1970년 일본 로보티스트 모리 마사히로는 논문을 통해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소개했다.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받아 유명세를 탄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는 불쾌한 골짜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류를 파멸시키겠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지만 발언 그 자체보다 실제 피부 같은 질감의 인공피부와 사람을 닮은 표정에 섬뜩함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산업현장과 일상 곳곳에서 로봇이 함께하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무거운 물건을 사람 대신 들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인명 피해를 예방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서빙하거나 택배를 배송하는 로봇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집에 로봇청소기가 없는 삶은 상상도 힘들다. 그저 영화 캣츠를 보며 느낀 '불쾌한 골짜기'가 우리 집 로봇청소기에서 재현되는 날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