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稅 과세…삼성 '영향권' LG·현대차 '안정권'

디지털稅 과세…삼성 '영향권' LG·현대차 '안정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매출 비중이 큰 제조업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세가 구글 등 인터넷 산업을 넘어 제조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와 긴밀한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이달 30일로 예정된 디지털세 초안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가전·자동차업계 대표 제조사가 최근 정부의 디지털세 민·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 대책을 논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TF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국제기구 논의 동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양사가 디지털세 관련 정부 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디지털세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제조사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디지털세는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에만 부과되는 개념이었지만 인터넷 기업을 다수 보유한 미국 반발로 제조사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미국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어서 제조사도 디지털세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내 제조업계는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로벌 매출이다.

아직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소 조 단위 이상 매출이 기준점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세와 유사한 세금 체계를 잇달아 도입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모두 글로벌 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원)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도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초과이익' 개념을 도입하고 영업이익이 통상보다 많은 기업에 디지털세를 매긴다는 구상을 세웠다.

영업이익률 기준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영업을 하는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 편차가 커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매출과 영업이익률 모두 높은 삼성전자는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에 LG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도 연간 잠정실적은 삼성전자 매출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률 12%다. LG전자는 매출 62조3060억원과 영업이익률 3.9%, 현대기아차는 각각 161조6458억원 및 3.4% 수준이다.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반드시 해당 기업이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디지털세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이 국내외에 내는 세금 총액은 달라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이중과세'를 막아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OECD 설계에 따라 국내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 총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디지털세 대응팀을 꾸린 기재부는 민·관 TF까지 운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부처로도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OECD 디지털세 초안은 오는 29~30일로 예정된 OECD 다자간협의체(IF) 총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회의 직후 초안이 발표될 수도 있지만 2월에 열리는 G20 회의에서 추인을 받은 후 공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