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형 아이패드에 'TOF 모듈' 첫 도입…3D 센싱 활용처 주목

애플이 차기 아이패드에 'TOF(Time of Flight)' 기술을 도입한다. TOF는 사람이나 사물, 공간 등을 파악하는 3D 센싱 부품이다. 애플이 자사 제품에 TOF를 접목하는 건 처음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아이패드에 TOF 모듈을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관련 부품 업계와 양산 준비를 마쳤다.

TOF 모듈은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센싱 부품이다.

모바일 기기에 이 부품을 활용하면 생체 인증, 동작 인식,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애플은 TOF를 아이패드 후면에 배치할 것으로 보여 AR나 VR 서비스 접목이 예상된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 제품에 TOF를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페이스ID'라는 3D 센싱 기술을 탑재한 바 있지만 이는 구조광(SL) 방식이다.

SL은 특정 패턴의 적외선을 촬영 대상에 방사해 대상 표면의 모양에 따라 패턴이 변형된 정도를 분석한다. TOF는 SL보다 측정 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더 높다는 평가다.

SL 기술을 응용한 페이스ID 동작 이미지(출처: 애플 홈페이지)
SL 기술을 응용한 페이스ID 동작 이미지(출처: 애플 홈페이지)

당초 업계에서는 2019년 아이폰에 TOF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 시리즈에는 TOF가 적용되지 않았다.

AR·VR 서비스를 위해서는 초고속 이동통신, 즉 5G가 필요한 데 애플은 세계 최대 통신 칩 업체인 퀄컴과 소송 중이었고 퀄컴의 대안이던 인텔도 5G 통신 모뎀 개발이 미진해 결국 5G 아이폰 출시 지연에 따라 TOF도 보류된 것으로 여겨졌다.

애플이 TOF 탑재를 결정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5G 아이폰 출시가 예정된 만큼 AR·VR 서비스의 시작 차원에서 아이패드에 먼저 TOF를 적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에도 TOF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이폰 채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TOF 모듈 수주는 관련 부품 업계에 적잖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신기술 도입을 결정하면 잦은 변경을 하지 않는 편이다. 지문인식과 페이스ID가 대표적으로, 오히려 한 번 쓰기 시작한 신기술은 다른 모델로 확대 적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제품군이 단순한 편에 속해 부품 업체 입장에서 애플의 신기술 채택은 공급 확대의 기회다.

TOF는 삼성전자, LG전자도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삼성은 사진 촬영과 공간 정보 인식에 TOF를, LG전자는 얼굴인식과 동작 인식에 TOF를 썼다.

그러나 TOF는 스마트폰 이용자 사이에서 아직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를 끌어당길만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해서다. 애플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 관심이 쏠린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