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산업 키운다면서, '사회적타협' 1년전 해법 꺼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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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산업 갈등 여전히 심각한데 지난해 이어 '사회적타협' 고수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타다' 같은 혁신 서비스와 관련해 “신·구 산업 간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타협기구가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 대표가 기소되는 등 국내 혁신산업이 기존의 이해관계에 가로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 타협을 해법으로 고수했다.

업계는 정부가 사회적 타협에 매달리는 사이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한발 빠른 규제 혁신을 촉구했다. 혁신산업을 매개로 성장 동력을 찾고 경제 활력을 꾀한다는 문 대통령 자신의 구상과도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할 기자를 선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할 기자를 선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규제 혁신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혁신산업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도 “타다 문제처럼 신·구 산업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문제를 아직 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사회적 타협'이 '타다'와 '택시'로 대표되는 혁신산업-기존산업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충돌과 관련해 “이해집단 간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타협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올해에도 사회적 타협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타협 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혁신산업과 기존산업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타협기구를 구성하되 사례별로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타다와 택시의 갈등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해결 노력, 즉 사회적 타협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규제와 검찰 수사, 기존 산업과의 마찰 등으로 국내 혁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존 택시기사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와 같은 새로운, 좀 더 혁신적인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해법은 없었다. 사회적 타협을 중심으로 한 '최선의 노력'만을 약속했다.

혁신산업과 기존산업 간 갈등이 계속되면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혁신 성장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국민 삶에 체감하는 변화'는 요원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외 주요 국가는 규제 장벽을 넘어 한발 앞서 나가는데 추격이 쉽지 않다.


업계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는 정부 정책이 타다와 택시, 혁신산업과 기존산업을 모두 살리는 방안이라고 하지만 오늘 문 대통령 발언은 갈등 조율에 실패했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대표가 검찰에 기소되는 상황에서 혁신산업 진출이 활발해질 수 없다”면서 “사회적 합의에만 매달려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타다'를 서비스하고 있는 쏘카는 구체적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쏘카 관계자는 “사회적 기여금 같은 방안도 정부나 기존산업계가 아닌 혁신산업계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면서 “논의 기구를 통해 더 명확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협치내각 등에 관한 의견도 내놨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집값이 너무 뛴 곳은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일본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위급이 참석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협치내각 구상도 밝혔다. 21대 총선 이후에는 야당 인사도 내각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전체 국정 목표가 달라도 맡은 부처의 국정 목표가 같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