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독자 개발 '누리호' 개발 착착...내년 시험발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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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하고 낮게 울리는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곧이어 크고 짙은 하얀색 구름이 하늘로 솟구쳤다. 수증기였다. 보기 힘든 장관을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굉음은 2분여 남짓 지속됐고, 수증기는 족히 수백미터는 돼 보이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지난 15일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지난 15일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지난 15일 오후 12시 정각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 현장을 공개하면서 함께 선보인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현장이다.

이후 실제 시험을 진행한 엔진 연소시험설비에서 실제 엔진을 보고 관련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엔진은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듯 했다. 간헐적으로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석유난로에서 맡아 본 냄새가 남아있었다. 한영민 엔진시험평가팀장은 액체연료 '케로신' 냄새라고 전했다.

엔진은 크면서 복잡했다. 불을 뿜어내는 고깔 형태 노즐 위로 크고 작은 장치가 수 없이 많았고, 배관과 선도 헤아릴 수 없었다.

한영민 엔진시험평가팀장이 누리호 75톤급 엔진을 설명하는 모습
<한영민 엔진시험평가팀장이 누리호 75톤급 엔진을 설명하는 모습>

한 팀장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연소시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순수 우리기술로 엔진을 만드는 고난이었다. 그는 “1~2단에 쓰는 75톤급 엔진만 총 22개를 설계했고, 총 138회 누적시간 1만3065초 연소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3단용 7톤 엔진시험은 77회, 1만2325.7초다. 이어 “앞으로는 실제 발사에 쓸 비행모델(FM) 시험도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건설 중인 누리호용 발사대도 공개했다. 엔진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우리기술로 만든 성과다. 현장에서는 이미 형태를 갖춘 녹색 철골 구조물 형태의 '엄빌리칼 타워'를 볼 수 있었다. 타워 안에는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도 보였다. 발사대는 발사체를 고정하면서 작업자가 전기신호를 연결하거나 연료·추진제를 공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높이는 45.6m. 누리호 크기인 47.2m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까이서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타워 바로 옆에는 발사체 기립을 도와주는 '이렉터'도 보였다.

누리호 발사를 돕게 될 발사대 모습. 녹색 철골 구조물이 엄빌리칼 타워고, 뒤로 보이는 흰색 구조물이 발사체 기립을 돕는 이렉터다.
<누리호 발사를 돕게 될 발사대 모습. 녹색 철골 구조물이 엄빌리칼 타워고, 뒤로 보이는 흰색 구조물이 발사체 기립을 돕는 이렉터다.>

강선일 발사대팀장은 발사대가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공정률이 93% 수준”이라며 “발사대 완성이 코 앞”이라고 말했다.

조립동에서 발사체 조립 현장도 볼 수 있었다. 큰 실내 운동장만한 공간에서 연구진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항우연은 1~3단 각 단별로 체계개발모델(EM)과 인증모델(QM)을 개발 중이다. EM은 기능과 성능을 확인하고 조립절차를 확립하기 위한 모델이다. QM은 EM에서의 변경사항을 반영, 실제 연소시험까지 수행하는 모델이다. EM·QM 개발성과가 최종 결과물인 FM으로 이어진다.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 모습.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 모습.>

누리호 1단은 현재 EM 조립 마무리 단계다. 곧장 QM 조립도 진행될 예정이다. 2단은 누리호 시험발사체를 발사하면서 QM까지 과정이 이미 마무리됐다. 시험발사체는 누리호 2단과 구조가 거의 같아 추가 과정이 크게 필요 없다. 마지막 3단의 경우 현재 QM 연소시험 중이다.

이후 발사체 관련 굵직한 절차는 올해 하반기에 집중된다. 클러스터링 종합연소시험도 이 때 진행된다. 클러스터링은 엔진 여러 기를 묶어 더 큰 추력을 내는 방식이다. 누리호 1단은 75톤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 해 300톤 추력을 낸다. 최종 결과물인 FM 조립도 가을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독자개발한 발사체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1단과 클러스터링에 집중해 연구개발(R&D)에 힘쓰고, 내년 시험발사에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표>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제원안

[르포]국내 독자 개발 '누리호' 개발 착착...내년 시험발사 도전

고흥=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