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00>소비자에게서 받은 평가를 노출해라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많은 스타트업이 자사 제품 내지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 결과가 있는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자칫 초기에 출시한 제품과 서비스에 고객 반응이 부정적으로 형성돼 이후 사업 전개에 크게 위해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들로 하여금 해당 회사 내지 제품에 대해 최종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 등 반응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 훨씬 유효하다.

온라인 쇼핑의 초창기를 열었던 이베이 사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온라인쇼핑몰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보지도 못했고, 착용해 보지도 못했는데 과연 해당 물건을 구매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자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는 온라인 거래 시 평판이 형성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평판이 거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했다.

대표 사례가 이베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원조격인 이베이는 자사의 홈쇼핑몰을 디자인할 때 특정 거래 만족도를 다른 사람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냈다. 지금은 흔하디흔한 별점 내지 평점 시스템과 댓글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거래에 참여한 사람이 해당 거래에 대한 만족도를 별점과 댓글로 표시하고, 이를 통해 다른 소비자들 역시 판매자 제품을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은 얼마까지 지불해도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베이가 도입한 댓글과 별점 등의 평판 시스템은 머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평판이 돈을 주고 거래되는 행태가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제니퍼 브라운과 존 모건은 이베이 판매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모으기 위해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거나 심지어 실질적인 거래 없이 단순히 긍정적인 평판만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00>소비자에게서 받은 평가를 노출해라

당시 이베이에는 독특하게도 상품 아닌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긍정적인 평판 이미지' 내지 '긍정적인 피드백 전자책'과 같은 상품이 단돈 몇 센트에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거래되는 내용은 긍정적인 평판 내지 평가를 해줄 경우 소액의 금액을 입금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판매자들이 주로 이미지 내지 파일을 위장 상품으로 이용했던 이유는 이들 상품에는 운송비가 유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운송비도 없고, 거래 금액 자체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베이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긍정적인 평점을 모으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몇 센트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위장상품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많은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평판 부여 권한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이용자들 중에는 자신에게 돈을 지불하면 높은 평점을 부여해 주겠다고 대놓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마저 생겼다. 이 같은 사실이 많은 이베이 고객에게 전달되면서 이베이의 이용 건수 자체도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제품 판매에 있어 평판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타 기업 활동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사업, 라이선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프랜차이즈는 평판을 사는 효과도 있다. 아무런 평판도 형성되지 않은 채 개인 레스토랑을 시작하는 대신, 특정 프렌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베이의 사례나 프랜차이즈 사업 속에서 평판 거래가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오늘도 많은 회사가 자사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온라인상 댓글, 블로거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들 바이럴 마케팅의 내용이 소비자에게 작위적으로 전달되거나 인위적인 설정인 느낌을 가져다 줄 경우 더 큰 부작용만 가져다 줄 것이다. 소비자가 진짜 보고 싶은 것은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솔직한 평가임을 기억해야 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