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바람이 불어야 연 날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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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바람이 불어야 연 날리기 좋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닌텐도 게임기가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자 '나이키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등장했다. 운동 대신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 스포츠용품 판매는 상대적으로 준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이업종 선수의 등장이었다. 15년이 흘렀다. 이 같은 나이키-닌텐도 경쟁 프레임은 유효할까. 세월의 무게만큼 경쟁 상대도 늘었다. 블리자드, 텐센트, 엔씨소프트가 가세했다.

우리나라 주요 은행 경쟁자는 누구인가. 증권사와 보험사는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구글과 애플을 꼽으면 전통 금융권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먼 훗날 얘기로 치부될 게 뻔하다. 대형 은행 시각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뱅크 역시 체급이 맞지 않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터넷 업종에서 '톱2'다. 그러나 금융권은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메기 효과가 기대되던 인터넷은행이 기대만큼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 업체인 페이코, 뱅크샐러드, 핀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아래로 향한다. 찻잔 속 촛불 정도다. 신용카드사 빅4도 마찬가지다. 제로페이 시장 잠식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 그렇다. 아직은 전통 금융권을 위협할 제2의 닌텐도가 등장하지 않았다.

지점이 통폐합되고 매년 연말 희망퇴직자가 양산되는 현상에서 앞에서 한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게임 법칙이 달라진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금융증권업에 강력한 도전장을 낸다. 네이버로부터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금융증권 사업을 확대한다. 미래에셋이라는 든든한 후원군이 버팀목이다.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는 시운전을 끝내고 공격 영업이 예상된다. 기술에서 출발한 이들 테크핀 기업은 임계치를 지나면 생겨나는 '스노볼링 효과'가 강력 무기다. 국민 소통 도구로 성장한 카카오톡이 대표 사례다.

해외에서도 고래와 상어가 우리 금융권을 향해 달려온다. 신속하게 융단폭격을 가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건너 이동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이 주인공이다. 이른바 세계적인 테크핀 기업이다. 애플은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연합군을 형성했다. 이들이 합작으로 지난해 8월 출시한 애플페이는 미국에서 단숨에 안착했다. 구글은 씨티은행과 손잡았다. 구글페이 기반의 금융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 아마존은 손바닥 결제 기술 상용화에 들어갔다.

은행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하다. 흰색 와이셔츠로 상징되는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있다. 수십 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중심을 둬 왔다. 금융보안 분야도 마찬가지다. 편리함 보다는 안전한 금고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연초 디지털 혁신,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얼마전 구글을 경쟁자로 지목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선택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맞을지는 금융권 선택이다. 금융권을 향해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잘 이용하면 고공비행을 할 수 있다. 비행기는 세찬 맞바람에서 양력이 생겨 잘 이륙한다. 지혜를 모아 디지털 파고 위에 올라탄다면 우리 금융권은 글로벌 뱅크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야말로 연 날리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라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전기산업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