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대학생이 묻고, 글로벌기업 임원이 답하다…'성균관대 SW학과 실리콘밸리 탐방'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시높시스 본사에서 김지훈 성균관대 학생이 AI 기반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시높시스 본사에서 김지훈 성균관대 학생이 AI 기반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 시높시스 본사. 흰 티셔츠에 청바지,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한 앳된 얼굴의 청년이 버크하드 훈케 자동차 부문 부사장 앞에 섰다. 갓 대학 2학년을 마친 21살 김지훈 학생(성균관대 SW학과)이다. 김씨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영어로 발표했다. 긴장한 탓에 영어 대신 한글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웃으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성대 SW학과 학생 50여명과 교수진은 '2020년 SW학과 미국 글로벌 IT기업 연수' 일환으로 지난 13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을 찾았다. 이들은 팀별로 34개 기업을 선택·방문, 첨단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기업인과 토론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융합 시대 준비해야”

시높시스를 방문한 자리에는 회사 임원이 직접 참석해 성균관대 학생 15명과 AI, 자율주행차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20년간 폭스바겐·제너럴 모터스(GM) 등 자동차 산업에 몸담은 버크하드 훈케 부사장이 진지한 얼굴로 발표를 경청했다. 이어 삼성전자 전무를 역임한 공정택 성균관대 교수가 AI와 자율주행차를 주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SW학과 학생들은 자율주행차에 관해 20개 넘는 질문을 쏟아냈다. 자율주행차의 보안 문제, 상용화 시기, 차량 운행에 사용되는 AI칩 등을 질의했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버크 하드훈케 시높시스 자동차 부문 부사장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버크 하드훈케 시높시스 자동차 부문 부사장

훈케 부사장은 이제 혁신은 SW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완성도는 100%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마지막 완성 조각은 미래 SW개발자가 될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차가 오류를 일으키면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도가 중요하다”면서 “AI가 자율주행차 완성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 또한 AI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공정택 성균관대 교수(왼쪽)와 버크 하드훈케 시높시스 자동차 부문 부사장.
공정택 성균관대 교수(왼쪽)와 버크 하드훈케 시높시스 자동차 부문 부사장.

훈케 부사장은 반도체 전문가인 공 교수의 발표 또한 흥미로웠으며, 다른 시각으로 자율주행차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각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 시높시스 임원, 교수가 2시간 넘도록 열띤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산업간 융합의 시너지를 높게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공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협상하는 형식과 유사하게 시높시스 부사장과 학생이 논의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했다”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학생에게 유의미한 시간이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우솔 학생은 “시높시스 임원을 만나 얘기하면서 SW와 하드웨어(HW) 융합 분야도 공부하고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SW 응용 분야 학습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대 SW학과 학생과 교수진이 미국 마운틴뷰에 위치한 시높시스 본사를 방문했다.
성대 SW학과 학생과 교수진이 미국 마운틴뷰에 위치한 시높시스 본사를 방문했다.

◇“해외 인턴, 적극 도전해야”

“의사는 라이선스 때문에 국경을 넘어서 일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SW엔지니어는 세계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의사보다 SW엔지니어가 훨씬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세혁 모로코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와 안익진 모로코 대표(왼쪽부터)가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박세혁 모로코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와 안익진 모로코 대표(왼쪽부터)가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타트업 모로코 본사. 안익진 모로코 대표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세계에서 컴퓨터 분야 인재를 영입하려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핵심 요소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라면 테크 창업도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대 SW학과 학생 10여명이 안 대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성균관대 SW학과 학생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타트업 모로코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성균관대 SW학과 학생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타트업 모로코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모로코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 안 대표가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설립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2013년 창업 후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서울을 비롯해 런던, 뉴욕, 싱가포르 등 7개 지사를 두고 있다.

학생들은 안 대표에게 인턴, 복수전공, 실리콘밸리 근무 환경 등 다양한 질문을 했다. 안 대표는 SW는 유망한 분야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대학 때 복수 전공으로 경제학을 선택했다. 당시엔 공학과 연계성이 적은 경제학을 공부하려니 힘들고,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까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하고 나니 학부 때 배운 경제학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학부 시절에 산학 프로젝트, 복수 전공 등으로 여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혁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IO)는 인턴 또한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에서 알고리즘 강의 등 수업을 열심히 듣고 능력을 갖춘 뒤 꼭 인턴에 지원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 대기업 상관없이 인턴을 하면 굵직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실리콘밸리 인턴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실리콘밸리는 각국 IT 인재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에서 우수한 엔지니어를 만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서 “두려움을 갖지 말고 실리콘밸리 기업 인턴에 적극 도전하라”고 말했다.

윤소희 학생은 “해외 인턴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산학프로젝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마운틴뷰·팔로알토(미국)=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