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7>정책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7>정책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슬로건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 보고로 2020년을 시작했다. 과기 발전으로 경제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AI) 1등 국가, 디지털미디어 강국 실현 정책으로 대한민국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민·관이 30조원을 투자해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디지털헬스 및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등 전략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20세기 말부터 초고속망 구축과 정보화로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건설하고 경제 부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억이 새롭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7>정책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 투자는 성공에서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국가정보화를 실현하고 노무현 정부가 전자정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도 대통령의 관심과 정부의 노력, 국민의 참여가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정책을 만들었으니 따라오라는 리더십은 시대착오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따라다니는 해바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설득력 있는 비전으로 국민과 기업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한다. 숫자에 매몰돼 무리하기보다는 국민이 체감하는 결과 창출을 위해 기업과 겸허하게 대화하고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감사와 제도에 얽매여 소통의 끈을 놓아 버리고 복지부동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탁상행정에 머무르는 사이 기업과 국민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7>정책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정부 사업이 민간과 대결하는 구도는 곤란하다. 정부의 직접 사업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기업에는 괴물이 될 수 있다. 대형마트가 자영업자를 해치지 않게 하고, 공유차서비스로 택시 사업자가 피해 받지 않도록 규제하면서 자신의 대형 사업으로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이율배반이 종종 벌어진다. 국가연구소가 민간과 경쟁하는 연구개발(R&D)도 위험 수위에 있다. 일부의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무모한 배짱은 독배다. 어떤 정책이거나 반대를 억누르기보다는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한 길에 널린 걸림돌을 해체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R&D 성과물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산재돼 있는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한 예로 우수한 원격 치료제가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 규제에 막힌 허다한 경우가 활용을 막고 있다. 불특정 피해의 예단보다 이해 득실을 계산해서 규제를 정산하는 셈법 구현을 위해 정부의 감사와 평가 제도를 대폭 혁신해야 한다.

인력 양성은 씨를 뿌리는 것처럼 다양하고 꾸준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AI와 소프트웨어(SW) 등 범용화되고 있는 기술 확산에 애쓰고 있어 안심이다. 융합 시대에 전문성의 깊이 및 폭을 증폭시키는 인재 양성이 실효를 얻기 시작하면 국가 산업과 경제가 활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7>정책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정책의 뒤안길에는 늘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수의 혜택을 명분으로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와 낙오자가 생기면 증폭되는 갈등 및 격차로 사회는 무너지게 된다. 일부가 환호하는 절름발이 성공을 완성하기 위한 역기능 최소화 노력은 필수다. 아무리 2020년이 어렵다 해도 꿈이 고통보다 크면 참을 수 있다. 연말에는 정부와 국민, 기업이 함께 그린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환하게 웃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