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양행, 해외 M&A로 반도체 핵심 소재 기술 확보…'脫일본' 가속

작업자가 극자외선(EUV)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작업자가 극자외선(EUV)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화학소재 전문 기업 경인양행이 해외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핵심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수입의존도 높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한 결과다. 소부장 '탈 일본'을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차 소부장 경쟁력위원회에서 '2020년 소부장 대책 시행계획'을 보고하고 총 6건의 협력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협력 사업은 소부장 경쟁력 실무추진단(산업부)이 발굴한 3건과 상생협의회(중소기업부)가 제안한 3건이다. 대부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품목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양국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부당한 조치인 만큼 원상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소부장 공급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인양행은 정부의 사업 협력 승인에 따라 포토레지스트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개발(A&D) 방식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기술을 확보, 양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A&D는 핵심 기술이 있는 소규모 벤처기업을 사들여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인양행이 확보한 기술은 포토레지스트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고분자 폴리머 합성 기술로 알려졌다. 고분자 폴리머는 포토레지스트의 해상도·균일도 등 품질을 좌우하는 재료 기술이다.

이와 함께 국내 A기업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이차전지용 소재 기술을 이전 받은 중소기업과 협력 연구개발(R&D)을 하는 사업도 승인됐다. 또 B기업이 해외 대형 M&A로 불소계 실리콘 소재 생산을 위한 원료 제작 기술·제품을 확보,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도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협력 사업 3건은 △탄소섬유 분야 설비·소재 △고성능 유압 밸브 △밸브부품 분야다.

정부는 소부장 협력 사업 기업에 R&D, 정책금융 지원, 인력 지원, 규제 특례 등 사업 전 주기에 걸쳐 포괄적·패키지형 지원을 제공한다. 규제 특례의 경우 양산 투자 시 세액을 공제해 주고 공장 신설 또는 증설 시 인허가 기간 단축, 인력 고용 제한 규정 완화 등을 담았다. 경인양행과 같은 협력 모델은 올해 20개 이상 확대·발굴, 지난해보다 5배 늘린다는 목표다.

위원회는 소부장 대책 시행계획도 구체화했다. 올해 2조1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경쟁력 강화 예산 집행을 위해 사업 계획을 조속히 확정, 이달부터 신속히 집행한다.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국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 3대 품목은 완전한 수급 안정화를 위해 기업 활동을 적기에 지원한다.

100대 핵심 품목 기술 개발에는 범부처가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1500억원을 들여 15개 공공연구소·나노팹 등 테스트베드를 확충하고, 오는 3월에는 △경희대-삼성전자 △수원대-현대차 △대구대-KT 등 3개 대학에 상생형 계약학과를 신설해 소부장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소부장 투자펀드 규모는 6000억원을 확정, 올해 안에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투자 기업 대상 현금 지원 한도를 30%에서 40%로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한·독 소부장협력센터'도 설치해 국가 간 협력도 강화한다.

한편 산업부는 '소부장 산업 특별조치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40일 동안 진행되며, 본격 시행은 4월 1일부터다. 20년 만에 개편된 특별법에는 소재·부품 외에 장비 분야가 정책 대상에 포함됐으며, 소부장 기업 지원을 위한 법·제도 기틀을 갖췄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