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애플 편들기, 도 넘었다

[사설]트럼프의 애플 편들기, 도 넘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애플 편들기'에 나섰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를 거론하면서 대 중국 관세 문제와 관련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돕겠다고 언급했다며 주요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CEO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에게 전화한다”면서 “지금 문제는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간 그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취지로 삼성과 애플을 언급했다. 외신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애플 지원 의사를 거듭 밝히며 중국에서 생산된 애플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완화해 주는 조치 등으로 지원 사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삼성을 거론하며 애플을 옹호한 배경이 심상치 않다. 발언의 골자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애플이 관세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삼성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생산 지역이 다른 데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오히려 애플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게 합당하다. 트럼프 논리대로라면 자국 업체를 제외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 제품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칫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까지 있다.

물론 트럼프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워낙 좌충우돌인 데다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엄포용일 수 있다. 그러나 수차례 언급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상식 이하의 발언이지만 대비해야 한다. 진짜 트럼프 속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도 공개적인 국내 기업 차별 분위기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사소한 기업 사안도 정치 이슈로 몰아가는 나라다. 경제 전쟁 성패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책임이 있다. 단순히 기업 문제로 치부해서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면 똑같은 사례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 국가 지원이 없는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