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8>생활 간접자본(SOC)의 실익과 함정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8>생활 간접자본(SOC)의 실익과 함정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시설을 만들어 주니까 감사해요.” 수영장을 막 빠져나온 주민은 마냥 즐겁다. 2018년부터 시작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효과다.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해 상하수도·가스·전기 등 생활인프라와 문화·체육·복지·공원 시설 등 생활밀착형 공간을 확충,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려는 발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일자리 창출이 눈에 보이는 정책이어서 반대할 이유도 없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8>생활 간접자본(SOC)의 실익과 함정

2019년 한 해에만 8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10대 지역밀착형 생활 SOC 사업 수주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분주하다. 재정 부족으로 미뤄 놓은 공공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을 대폭 늘리고 취약 기반 시설과 어린이 및 취약계층 돌봄시설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시설 설치와 도시정비도 빼놓을 수 없다. 정책 골격을 보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책 시행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부작용을 걸러낸 양질의 결과가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 슬기로운 정책 시행이 요구된다.

선의에서 시작한 정부 사업이 민간 피해를 야기하거나 민간과 경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공공 체육시설에 들어선 탁구장, 당구장, 가상현실(VR) 체험관 등이 우수한 시설과 저렴한 가격으로 환영받는 뒷전에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하는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고객 이탈과 가격 차이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민간으로부터 거둬들인 막대한 예산으로 민간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체육·문화·복지 시설 확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정부가 세심한 정책으로 국민 생활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자영업자도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문화시설에 VR 체험관을 설치하기보다는 자영업자 매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내가 설치한 공간이 더 활성화됐다고 자랑하는 것은 정부의 횡포다. 공공시설이 호화 시설과 저렴한 사용료로 국민을 유혹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는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8>생활 간접자본(SOC)의 실익과 함정

별도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하면 최소한 현행 자영업자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력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수준을 낮추는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자영업자 지원의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산업 발전을 꾀할 수도 있다. 지역 탁구장을 연계해 예약·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단체 구매 등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보화 초기에 정부가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민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생활 SOC가 만드는 일자리는 임시방편이지만 이를 토대로 산업이 활성화되면 미래 경제에 공헌하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불황을 타개하려 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뉴딜정책과는 본질이 다르다. 숫자에 매몰된 일자리보다는 안정된 일터를 창출하는 사업이 되려면 시장 확대가 필수다. 인기몰이식 사업이 아니라면 시설을 구축하고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예산 종료로 폐허를 만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생활 SOC 사업이 단순한 생활환경 개선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일궈 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예산 종료로 함께 사라지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에게 이양되는 사업으로 박수 받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