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VC, 금산분리 족쇄 풀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국회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로 벤처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남아 있는 사안이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생기면서 그동안 논의가 공전을 거듭했다.

CVC는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벤처캐피털(VC)을 의미한다. 재무적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일반 VC와 달리 대기업 등이 전략적 목적으로 혁신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에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와 대기업 네트워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구글벤처스나 인텔캐피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CVC는 금융 업종으로 분류된다.

스타트업과 재계 중심으로 줄곧 이어진 개선 요구에도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모기업이나 자회사에서 100% 지분을 투자해 VC를 만들어서 투자 활동을 하면 인정해 주겠다는 방향으로 일부 완화 방침을 정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일부 부처의 반대로 제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주회사 CVC 허용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 한 번에 풀린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금산분리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한다. 또 금산분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특례를 주는 방법은 다른 법에서 걸린다고 한다. 문제가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좀 더 근본적 부분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사안이 단순해진다. 금산분리의 목적은 대기업 금융사를 지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CVC가 과연 여기에 부합되는지만 검토하면 된다. 국회 차원의 명확한 교통정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