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사상누각과 백투더베이직

[미래포럼]사상누각과 백투더베이직

요즘 어디서나 단연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진원지 중국에서는 확진자가 1만5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300명을 돌파했다. 심지어 미국, 일본, 호주는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했고, 우리도 동참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라임 타임 뉴스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관련 보도에 할애하고 있다.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증가, 북적대던 쇼핑몰이나 영화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해졌다. 감염 위기 단계도 경보로 상향되면서 공공기관은 예정된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대학가도 신입생 행사(OT)를 줄줄이 취소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는 우리 교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기까지 투입하게 됐다.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일평균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하면서 조만간 상승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복병을 만나 불투명하게 됐다. 마스크 가격 폭등 등 한반도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돌연변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 10년 주기로 우리 인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이미 시달려 왔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완화될 수도 심각해질 수도 있다. 해법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예방 수칙으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마스크 착용 등은 고무시키는 권장 사항이다.

그러나 확진자를 피하거나 보균자를 멀리하는 것은 복불복일 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각자 면역력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데도 평소보다 과음·과로를 자제하고 열심히 운동해서 '면역력 증진하기'와 같은 수칙은 주변에서 들어 보기가 어렵다.

예컨대 독감환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더라도 감염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같은 단체 급식을 먹고서도 어떤 사람은 식중독에 걸렸는데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례가 있다. '면역력 증진하기'는 단순하면서도 매우 효과 높은 해법으로, 마스크 사재기 등 부작용까지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부친이 약국을 운영한 친구가 생각난다. 추운 곳에서 놀다가 감기가 걸려 친구 부친께 약을 지으러 갔더니 “운동장 몇 바퀴 뛰고 와. 그렇게 땀 흘려도 안 나으면 약 지어 줄게” 하시는 것이었다. 전혀 '약 장사'답지 않아서 놀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즉 앞에서 언급한 신종 코로나 예방 수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 해법이라 할 수 있는 '백 투 더 베이직' 해법'의 '면역력 증진하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과는 '사상누각'과 같게 된다.

백 투 더 베이직 해법은 신종 코로나 등 건강 관련 이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열풍을 넘어 차세대 먹거리로 대접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시킨 혁신 서비스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데이터 등 기준 정보조차도 표준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사상누각과 같은 고도의 빅데이터와 AI 응용을 논의하기 전에 기준 정보부터 표준화하는 백 투 더 베이직 해법은 필수다.

우리는 언제든지 어떤 행태로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은 '사상누각'을 피하기 위한 백 투 더 베이직 해법의 제시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