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관 합작 여론몰이…현대重·대우조선 합병 귀찮은 변수로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日측 거센 반대에 각국 동조 모양새...
현대重 "합병 순항" 의미 부여 안해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일본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반대하는 국제 여론전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본 대표 조선 단체 조선공업회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회원사에는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 등이 포진해 있다. 일본이 민간과 손 잡고 우리나라 조선업 견제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작년 12월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업 이사회(WP6)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조선업 금융 지원 등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세계 조선업이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정부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한 게 주된 원인”이라면서 사실상 우리나라를 정조준했다.

앞서 일본은 2018년 말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 등 국책·민간 은행을 동원, 불공정하게 대우조선해양을 금융 지원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일본 주장은 궁극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까지 문제 삼는다. 애초 한국 정부가 불공정 지원으로 대우조선을 회생시킨 만큼, 이런 회사를 합병하는 것 자체가 당연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실제 일본은 지난 달 31일 이같은 이유로 WTO에 한국을 추가 제소했다.

일본 측 배후로는 자국 최대 조선협회인 조선공업회가 꼽힌다. 실제 조선공업회는 최근 별도 성명서를 내고 “금융 지원 등은 공평해야 할 국제경쟁을 왜곡,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선공업회 회원사에는 이마바리 조선소를 비롯해 미쓰비시, 가와사키, IHI 등 일본 내 최대 조선사가 포진해 있다. 일본 정부가 민간과 협작해 국제 여론 공세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P6 주요 참여국들은 일본 측 주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WP6 회원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독일,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터키. 크로아티아 등이 있다. EU를 대표하는 유럽위원회도 참여한다.

일부에선 WP6 참여국이 양사 합병에 부정 견해를 밝힌 만큼, 합병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기 위해선 주요국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일본과 EU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EU는 작년 12월 17일 “양사 기업결합이 (신조) 가격을 높이거나 선택권을 축소하는 등 부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2020년 5월 7일까지 심층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사 기업결합심사는 현재 일본과 중국, EU 등서 진행되고 있다.

다만 국제 분위기와 달리 양사 합병 무산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WP6에서 나온 내용 중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을 견제하는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가가 문제 삼는 금융 지원 등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대우조선 등) 회생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내린 상업적 결정”이라면서 “또한 지금까지 WTO 규정에 어긋나는 어떤 행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병을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그룹도 합병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WTO 양자 협의를 요청한 일본 측 주체는 국토교통성으로, 이번 양사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취인위원회와 별개 기관”이라면서 “공정취인위원회는 독립 행정위원회인 만큼 독점금지법에 따라 기업결합심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