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9>4차 산업혁명의 거버넌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거버넌스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미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신뢰를 상실해 실행을 뒷받침할 동력을 잃게 된다. 사회 전반의 효율도 크게 떨어진다.

통치 또는 관리 방식을 말하는 거버넌스는 어떤 사안을 결정하고 개인이나 조직 행위를 통솔하는 권한 행사를 말한다. 거버넌스는 통상 보상이나 제재의 분명한 규칙 또는 사회 규범, 가이드라인, 정책, 정리된 명령체계를 새로 만들고 실행하는 활동이다. 주로 정부 소관으로, 정책 맥락에서 입법이나 실행 활동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공식 또는 비공식 시민사회 조직 내에서는 물론 가족과 친구 사이의 사회 관계 내 여러 조직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활동이기도 하다.

거버넌스는 당시 사회의 특성이 투영돼 있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그 시대의 특성을 규정해 가는 활동이기도 하다. 거버넌스는 당시의 환경(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달라진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아직 모습이 완성되지 않은 태동기에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최근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자율주행차량과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역할 중심이 정부로부터 기업이나 비정부 조직으로 옮아 가고 있으며, 거버넌스에 대한 전통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부딪치고 있는 인간성에 대한 엄청난 도전을 어느 한 부분 손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을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게 됐다. 정부나 정책입안자들 역시 빨라지고 있는 기술 혁신 속도에 수세 입장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론을 찾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어렵게 됐다.

빨라지고 있는 기술 혁신을 유익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복잡해진 이해당사자 간의 첨예한 대립을 효과 높게 조정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파도를 타지 못하고 휩쓸릴 수밖에 없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거버넌스가 갖춰야 할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민첩성이다. 민첩성은 단순히 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 발전이 점점 빨라지면서 대응에 필요한 여유가 점점 줄어 왔고,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면서 여유를 누릴 틈조차 없게 됐다. 반면에 혁신이 더욱 확대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확하게 효과 높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적기에 합리 대응을 하지 못하면 상황이 금세 악화되고, 다른 영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거버넌스 주체인 정부는 환경 변화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대안을 찾는 활동에 크게 관심을 둬야 하며, 혁신 촉진에 필요한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수단을 필요한 영역에서 적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는 민첩하되 유연하고 투명해야 한다. 거버넌스가 유연하지 않으면 과도하고 경직된 대응으로 혁신의 싹을 잘라 낼 수 있다. 투명하지 않은 거버넌스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효과 높게 조정하기 어렵다. 혁신을 촉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 최대 다수의 당사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정부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정부 능력만으로는 역할이 커지고 있는 민간을 선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버넌스에 관해 좀 더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