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의 수출

[ET단상]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의 수출

2004년 정부는 전면적인 재정개혁을 시도했다. 정부주도형 경제 개발 시기를 지나 선진국 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에 예산 결정에서 부처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톱다운 방식, 중장기 관점에서 재정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은 그러한 개혁의 완결이었다.

이러한 절차와 과정의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정보관리시스템(Digital Budget & Accounting System)을 구축했다.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를 통해 전 부처가 협력을 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받으면서 재정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모든 수입과 지출을 하나의 계정에서 해결하도록 하고(Single Treasury Account), 모든 재정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효율적인 재정정보관리 시스템이 구축됐다. 자산과 부채 등의 회계 정보도 일관성 있게 관리하게 됐다. 무엇보다 외국 시스템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으로 직접 개발한 의미가 있다. 이는 OECD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소개됐다.

최근 이러한 연장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ODA 사업 중에서 우리의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은 주요한 컨설팅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3조5000억원의 ODA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하면 500억원 수준이어서 규모는 크기 않지만, 그간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의 아시아 국가를 넘어서 가나 등의 아프리카 국가 등에도 자문을 했다. 이미 정부 구매와 조달을 통합 관리하는 '나라장터' 시스템을 10여개 국가에 수출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체제 전환국에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KDI가 주도하는 지식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으로 이원희(한경대 교수), 김봉환(서울대 교수), 박정수(씨앤에프 대표)가 팀을 이루어 헝가리에 재정개혁과 재정정보시스템 구축을 자문하고 있다.

헝가리는 재무부에 소속돼 있던 국고국을 국고청으로 독립시키면서 강력한 재정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정보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EU에서 요구하는 재정적자와 부채의 수준을 준수하기 위해 시스템부터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의 재정 개혁 현황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재정관리시스템 경험을 전수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씨앤에프시스템은 지방재정정보관리시스템인 이호조의 유지관리업체다. 공공기관의 인사, 조직, 재정을 통합 관리하는 올샵이라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으로 바탕으로 시스템 설계 논리와 방식을 지원한다.

한국재정정보원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함께 프로그램 설계의 기술적인 자문을 하고 있기도 하다. 2020년 제55대 한국행정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원희 회장이 '수입하던 행정학에서 수출하는 행정학으로의 전환'을 주창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컨설팅 활동은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관련 정보통신 산업의 진출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이미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와 한국타이어의 기업 활동에도 간접적인 지원이 될 것이고, 헝가리를 거점으로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컨설팅이 잘 마무리돼 우리 재정 능력도 향상시키면서 국익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원희 한국행정학회 회장 wonheelda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