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준법경영 의지 재확인

삼성이 5일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갖고 엄정한 준법경영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삼성은 지난달 9일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공식화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7개 계열사 협약과 이사회 의결을 마치는 등 준법경영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준법감시위)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 33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개최하고 주요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향후 재계 경영 흐름에도 파급력이 예상돼 관심이 집중됐다.

회의에는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과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외부위원 6명과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총 7명이 참석했다.

참석 위원들은 이날 삼성 7개 계열사 준법 경영 프로그램 현황 등을 점검하고 향후 위원회 운영 규정 등을 검토했다. 삼성의 준법 경영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달 준법감시위 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위법 행위 확인 시 검찰 고발 여부 등 세부 운영 규정은 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준법감시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무국 규정 등도 논의됐다. 준법감시위는 향후 회의에서는 준법감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관련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오는 14일 속개된다. 준법감시위가 모든 절차를 마치고 공식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3명의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준법감시위 활동을 점검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면 총수 양형 조건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와 특검,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기로 한 가운데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고, 이 부회장 측은 최근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특검은 전문심리위원단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재판부가 이른바 '치료적 사법' 방침을 거듭 천명함에 따라 준법감시위는 피상적 활동에 머무르기 어렵게 됐다. '보여주기식' 활동에 그친다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은 준법 실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계열사 사장단이 준법실천 서약식을 개최한 데 이어 30일에는 10개 계열사 준법감시제도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