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ESS 화재사고 1·2차 조사, 무엇이 달랐나

1차 조사결과 ①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②운영환경 관리 미흡 ③설치 부주의 ④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2차 조사결과 '배터리 이상'.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관합동 조사단 조사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ESS 화재사고 원인은 지난해 1차 때와 확연히 달랐다. 1차 조사단은 지난해 6월 전국 23개 화재사고를 인재(人災)로 결론지었고, 2차 조사단은 삼성SDI·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에서 불이 난 것이라고 지목했다.

동일한 제조사가 같은 방식으로 ESS를 설계·생산했지만, 화재원인 규명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1차 조사위는 당시 “일부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이를 모사한 시험을 했으나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터리 자체를 화재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반면에 2차 조사단은 “배터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배터리 이상을 화재원인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1차 조사단 조사는 △ESS 완충 후 화재 △충·방전 중 화재 △설치 중 화재 등으로 유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고 조사에서는 2차 조사단이 유사사업장 배터리를 조사·분석한 것이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조사단은 화재에 따른 배터리 소실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대안적 방법으로 시스템·배터리 운영기록(EMS·BMS)이 유사한 사업장 배터리를 해체해 입체단층 촬영(3D X-ray CT), 물성분석 등을 확인·검증했다. 그 결과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등 동일 사업장 배터리가 방전 후 저전압 상황에서 배터리 간 편차가 큰 것을 확인했다.

배터리 간 편차가 커지면 배터리 운영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제어영역을 넘어설 수 있다. 배터리셀 자체 불량은 아니지만, 충·방전 사이클이 장기 운영되면서 일부 셀 열화현상이 잦아지고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일종의 배터리시스템 장기운영에서 유발된 진행성 불량으로 배터리 성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사결과는 '충전율 제한조치(80% 또는 90%)'를 시행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잇따른 ESS 화재사고에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2차 조사단 발표는 기존 배터리가 고품질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ESS 신뢰성 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진 후 보급이 됐어야 하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ESS 보급정책을 펼치면서 중요 테스트가 많이 생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사결과는 배터리 업체 나름대로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값진 수업료를 치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ESS 생태계 차원에서도 중요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의기투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