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정의선 수석부회장 '우리도 힘들지만, 협력업체 먼저 챙겨라' 지시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1조원대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선다.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국내 부품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품 협력사의 중국 공장 방역 강화를 통해 현지 임직원 안전을 확보하고, 공장 조기 생산 재개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 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한다.

우선 부품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3080억원 규모의 경영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이달 중순부터 선지급해 협력사들이 경영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6920억 규모의 중소 협력사 납품대금과 부품 양산 투자비도 조기에 지급한다. 2월 중순 결제되는 금액을 이번주 지급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중순 결제 예정인 납품대금은 이달 말 지급한다. 부품 양산 투자비도 기존 일정보다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원을 받은 1차 협력사들이 2·3차 협력사에도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해 대금 조기 지급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중국 부품 협력사 방역 강화 등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부품 공급이 중단된 '와이어링 하니스' 중국 생산 공장의 방역 시스템을 완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장 조기 가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업장 내 소독은 물론 열화상 카메라 설치, 마스크 등 개별 공급, 체온기 및 세정제 작업장 비치, 전 작업자 하루 2회 체온 측정 등 사업장 방역 및 직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지난주부터 와이어링 하니스 중국 협력사의 생산 재개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부, 외교부와 협력해 칭다오 총영사관을 통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의 핵심 거점인 산둥성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차질 시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일부 공장이라도 엄격한 방역 관리 하에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상황이지만, 정부와 기업이 함께 어려움 타개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긴급 자금 지원이 중소 부품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걸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와 협력업체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