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무관중 경기···LCK 현장 가보니

관중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관중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관중이 없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생경했다.

평소라면 팬 함성 소리로 가득 찼을 그랑서울 롤파크 LCK 아레나에는 적막만 흘렀다. 선수에게 전할 선물을 한가득 안고 있는 팬도 찾아볼 수 없었다.

LCK 스프링 리그가 시작되고 맞이한 첫 주말 경기지만 평소와 달리 경기 시작 전 들뜬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승부를 예측하는 대화나 경기를 기대하며 연인이 커피를 나눠 먹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무거운 침묵이 가득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신발이 바닥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에스컬레이터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찼을 공간이었을 터다.

경기장과 같은 층에 있는 PC방이나 카페는 정상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LCK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리그다. 지난해 LCK 스프링에는 개막전을 포함해 90경기 중 42경기가 매진될 정도로 현장을 찾는 팬이 많았다.

주말 경기는 평일보다 2000원이 비싼 1만1000원에 판매돼도, 비인기 경기조차 400석은 거뜬히 채울 만큼 흥행력을 자랑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흥행을 포기했다. 2020년 첫 시즌, 분위기를 달굴 카드를 버리고 안전을 선택했다. 시즌 전 미디어 데이를 취소하고 무관중 경기를 진행한다.

경기장 내 감염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경기장에는 관광상품이 된 e스포츠를 보러 세계 각국 관람객이 모인다. 자칫 잘못하면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장 좌석에는 '착석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혹시 모를 전파도 막으려는 조치다. 의료진이 응급 약품을 들고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 무관중 경기···LCK 현장 가보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 현장 스태프, 기자는 물론이고 선수와 코치진 할 것 없이 체온을 체크하고 손소독을 했다. 약간의 감기 증상이라도 있으면 출입이 제한됐다. 한 번 통과했던 사람도 외부에 나갔다가 오면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소독과 체온 측정을 해야 했다.

경기 중 심판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벤픽 후 경기 시작 전 진행되는 코치 간 악수가 생략됐다.

숙소 생활을 하는 선수를 위해 외부 접촉은 최소화했다. 한 명이라도 감염이 의심되면 최악의 경우 팀 전체가 격리될 수 있다.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다. 경기 뒤 팬 미팅은 사라졌다. 오고 가는 동선에는 진행을 위한 최소한 스태프와 코치진만 접근할 수 있었다.

각 구단은 선수에게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식사 이모님'들에게도 가이드라인을 안내하는 등 예방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무관중 조치가 해제되는 시점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수시로 안내하겠다”고 안내했다.

나오는 길, 혹시나 선수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차장을 기웃거리는 팬이 몇 명 있을 뿐 흡사 비시즌 경기장 같았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