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투자 시동 건다

메모리반도체 시황 'V자 반등' 신호
삼성전자, 최소 13조원 장비 투자 전망
SK하이닉스, M16 팹과 대용량 기술에 집중

[이슈분석]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투자 시동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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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메모리반도체 설비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극한의 메모리반도체 불황기가 찾아왔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장 곳곳에서 반등 신호가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위권 업체와 신흥 강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일찌감치 투자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올해 투자를 상당히 축소한다는 공식 언급을 했지만, 점차 활기를 띄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대응해 신규 공장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 '스타트'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상당히 부진했다. 2018년까지 있었던 메모리반도체 초호황 사이클 이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주요 데이터센터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곳곳에서 기분 좋은 신호가 들리고 있다. 지난해 내리막길만 걷던 D램 고정가격이 지난 1월 드디어 반등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 제품 평균가격이 전달보다 1.07% 오른 2.84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2018년 8월 메모리 수요가 정점에 다다랐을 당시 8.1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요 부진 이후 월별 최대 17% 이상 가격이 깎이는 등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1월 작은 폭으로나마 D램 가격이 반등한 것은 '조만간 업황이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는 시장 분석을 방증하고 있다.

이미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6월 말 이후부터 상승세다. 하락 폭이 D램만큼 크지 않았고, 회복세도 비교적 가파르다.

시장 판도 변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자사가 보유한 재고량이 정상 수준으로 내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 주요 시장 조사업체도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시장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지난해보다 5.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 또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지난해 대비 12.5% 늘어난 545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트너는 본격적인 5G 스마트폰 시장 확대가 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전자신문DB>
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전자신문DB>

◇메모리 설비 투자 기지개 켠 삼성…장비예산 '최소' 13조원

국내 메모리 회사들은 이러한 시장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투자 기지개를 켰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업체 삼성전자는 신규 설비인 평택 2공장과 평택 1공장 여유 공간에 첨단 D램 설비를, 시안 2공장에 낸드플래시 설비를 갖추고 올해 안에 가동할 예정이다.

올해 D램 설비 투자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50K(5만장), 낸드플래시는 65K(6만5000장)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올해 장비 예산에만 14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주력인 메모리 사업 외 파운드리 사업 등에 활용될 장비까지 포괄한 예산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제조 장비에 투자했던 금액은 8조원 수준이다.

올해 예산은 작년보다 75%나 증가한 것으로, 2018년 장비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인텔, 중국 YMTC 등 신흥 메모리 강자들의 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큰 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은 신규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들이는 것 외에도 구형 장비 교체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장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최소 13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에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상당한' 예산 축소 언급한 SK하이닉스…시장 수요 따라 추가 투자 가능성도

양대 메모리 제조사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 1월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완공 예정인 신규 팹 M16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며, 고용량 메모리 제조 기술 전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도 조만간 큰 규모 설비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첨단 낸드플래시 설비인 M15 라인 투자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하이닉스 M15 공장에는 전체 공장 생산 능력의 15% 가량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올해 전체 생산 공간의 30%가량을 채우기 위해 장비 입고를 지속하고 있다.

하반기 낸드플래시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띄면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르면 오는 4월 투자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며 “숨고르기 이후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생산 설비 외에도 생산 효율성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스마트폰 업계의 멀티카메라 채용 트렌드 등으로 기존 메모리 생산 라인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