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 3법'과 '의료법' 경계에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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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데이터 3법'과 '의료법' 경계에서 기대와 우려

지난달 9일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성장 가속화가 기대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데이터 활용을 통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정밀의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한껏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관련 정보에 대한 개인정보 활용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해마다 통계청이 제공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는 의학 연구자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연구 소재로 활용됐다. 이번 데이터 3법 통과로 가명 데이터가 개방될 수 있게 됐고, 이에 앞선 빅데이터와 다른 기관의 데이터가 더욱 활발하게 융합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가 의학 연구와 더불어 보건 역학 조사에 좀 더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환영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위치정보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가 융합된다면 특정 지역의 질병 역학 조사에 유의미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고, 특정 감염 경로를 파악하거나 새로운 동질 집단 추적도 가능해진다. 이는 공중보건 향상과 예방 중심 의학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건강 관련 데이터가 병원 방문 이후 생성되는 환자 개인의 건강 정보라는 점이다. 이 정보들은 아직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기에 정책 상으로나 서비스 상 제한이 따른다.

병원에서 생성된 개인 의료정보는 병원 내 폐쇄된 독립 서버에 저장된다. 이에 따라 환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하더라도 데이터를 직접 전송하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른 의료기관과의 공유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의료정보를 환자가 원하는 저장소로 전달하려면 제3 저장소로의 전송부터 이뤄져야 하지만 이때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개인 의료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할 경우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사전에 환자로부터 모든 사업자에 대한 동의 절차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제3자 서비스 동의를 위해 인력과 시스템 구축 비용을 들이기는 사실상 어렵다.

현재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병원 밖에서 생성된 환자 건강정보, 즉 환자의 생활 환경에서 생성된 정보를 병원 및 의사에게 제공해 진료 시 원내 정보와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 데이터는 주치의가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수치이지만 아직까지는 환자의 자기보고식 응답에 의존, 진료하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기입하거나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한 자신의 혈당 데이터를 진료 시 의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의사는 더욱더 과학 근거에 기반을 두고 환자 처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둘을 중개하는 역할의 제3자 서비스가 개인 의료정보를 저장하고 중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모든 상황은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에 대해 동의 및 비동의 처리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내 데이터'라는 개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건강 데이터 주체가 돼 자신의 의료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모아서 보거나 저장하고,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데이터가 더욱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 반드시 필요한 보안 규정과 관련 정책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 국내 상황에 적합한 토종 정보기술(IT)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

조재형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아이쿱 대표) drhopper@ikoo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