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걱정 끝…'흐름전지 ESS' 시장 흐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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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성분 '수계 전해액'으로 안전성 높여
신재생 연계 땐 'REC 5.0 가중치' 받아
잇단 사고로 위축된 ESS 산업 활력 기대
에이치투, 시장 진출 선언 '1호 기업'

11일 에이치투가 전북 전주시 소재 제지업체 미래페이에 공급·구축한 바나듐 흐름전지 ESS 전경. 현장 작업자들이 ESS 주변 설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11일 에이치투가 전북 전주시 소재 제지업체 미래페이에 공급·구축한 바나듐 흐름전지 ESS 전경. 현장 작업자들이 ESS 주변 설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없는 바나듐레독스플로전지(VRFB, 이하 흐름전지)가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한 1호 기업도 탄생했다. 잇따른 ESS 화재로 크게 위축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ESS 선택권이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촉진규정에 관한 고시' 개정을 완료했다. 지난해 4월 규제 샌드박스에서 흐름전지 ESS를 재생에너지에 연계할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 진입 요건을 검토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제도 진입 요건 및 관련 규정 개정에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함께 흐름전지가 유일하게 고효율 에너지기자재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규정상 제도적으로 REC 사업이 가능해졌다”고 명시했다. 흐름전지 ESS를 구축한 발전소가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매도하면 REC 5.0 가중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흐름전지는 물 성분의 수계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이 전혀 없는 차세대 배터리다. 인화성 전해액을 품은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안전성이 월등히 높다. 수명은 반영구며, 재사용이 쉽다. 다만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충·방전 출력 등 효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기술 개발 극복 과제로 꼽힌다. 또 기존의 리튬·납 배터리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장성이 낮다는 것도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방화협회(NFPA)는 리튬과 비교해 인체 유해성, 인화성, 화학 반응성에 대한 위험도가 모두 낮아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또 한전경영연구원은 흐름전지 기술 개발로 인한 경제성이 큰 폭으로 개선돼 ES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치투가 개발한 태양광 연계용 ESS 에너플로우 430(EnerFLOW 430).
에이치투가 개발한 태양광 연계용 ESS 에너플로우 430(EnerFLOW 430).

산업부 제도 개선에 따라 '태양광 연계 흐름전지 ESS 시장' 진출을 선언한 1호 기업도 탄생했다.

ESS 제조업체 에이치투는 태양광 연계용 흐름전지 ESS 제품인 '에너플로우430' 개발을 완료, 민간발전사·에너지공기업 등과 관련 설비 구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안에 국내 첫 흐름전지 ESS 설비를 발전소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한전 송·배전망에 상업용 설비가 접속하는 첫 사례에 해당한다. 배터리 전문 업체 S사도 시장 진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만 존재하던 국내 ESS 시장에 차세대 배터리가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ESS 안전성'과 '차세대 배터리 육성' 등 긍정 요인을 두루 감안해 REC 가중치 적용 범위 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리튬이온 이차전지 ESS 설치량 25%를 주도한 것처럼 흐름전지 ESS 내수 시장 활성화가 해외 시장 선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ESS 화재로 인한 시장 침체 분위기가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에서 총 28건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ESS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산업이 위기에 봉착, 시장 규모는 2018년 5.6GWh에서 지난해 3.7GWh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6일 민·관 합동 ESS 2차 조사단이 발표한 ESS 화재 조사 결과 5건은 100% 태양광 연계용으로, 자칫 신재생에너지 산업 위기로 번질 우려도 컸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고 민간 사업자가 신시장을 형성해 ESS 산업 생태계가 예상보다 빨리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독식해 온 재생에너지 연계 ESS 시장에 흐름전지가 본격 진입하는 것은 얼어붙은 ESS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시장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