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경 ASML코리아 사장 "한국 반도체와 ASML 간의 가교 역할"

EUV 장비 수리 등 지근거리서 지원
소부장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국내 부품업체 기술 교류 적극 추진

이우경 ASML코리아 신임 사장. <사진=ASML코리아>
이우경 ASML코리아 신임 사장. <사진=ASML코리아>

“흥분되기도 하지만 무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ASML이 국내 반도체 산업과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지난 1월 ASML코리아의 새로운 리더가 된 이우경 신임 사장은 최근 경기도 화성 ASML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포부를 이 같이 밝혔다.

ASML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차세대 노광 기술인 극자외선(EUV)을 구현하는 장비를 독자 기술로 각종 반도체 업체에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ASML과 국내 반도체 업계의 '가교'가 되겠다는 각오를 강조했다. 새로운 자리에서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국내 고객사들이 ASML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근거리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ASML코리아 사옥에 새롭게 생긴 '로컬 리페어 센터'라는 공간이 그 예다. 국내 고객사가 사용하는 ASML 장비나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사장은 “국내 기술 수준이 월등해 수리 성공률이 상당히 높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15여명 직원이 배치돼 있지만, ASML이 단독 공급하는 장비인 EUV 노광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인력 규모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장은 “EUV 장비 속 콜렉터 클리닝, ASML만의 유지보수 설비 관리도 이곳에서 이뤄지면서 경우에 따라 연구개발(R&D)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사나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차세대 기술인 EUV 노광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상반기 'EUV 트레이닝 센터'를 열 예정이다. ASML만의 EUV 모듈 장비를 갖춘다.

이밖에 EUV 효율화 연구, 장비 운송에 쓰인 포장 소재 재사용 등 비용 감소와 효율성 극대화, 지속 가능성을 위한 17개 프로젝트를 본사와 활발하게 추진한다.

이 사장은 국내서 불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열풍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회사 장비가 네덜란드 부품사 간 끈끈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독보적 기술을 확보한 만큼, 국내에서도 부품사, 학계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 협력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국내 부품 업체와 기술 교류로 국내 기술이 본사 장비 양산 과정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노광 공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은 일본 회사 점유율이 높은 국내 포토레지스트 기술 개발에도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국내 노광 공정 연구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학생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SML은 최근 EUV 공정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EUV 장비 외에도 기존 노광 장비인 딥 UV(DUV)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장비 대비 생산성을 크게 향상한 불화아르곤(ArF) 이머전 장비 'NXT:2050i'를 새롭게 선보인다.

그는 “EUV 시대가 개막했지만 ArF 장비 수요도 견조하다”며 “기술력으로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자신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