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움직이는 컴퓨터 '자율주행車'…'차량 보안 필수'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카에 전장부품 탑재가 늘면서 '자동차 보안(Vehicle Cybersecurit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제조기술이 기계와 역학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하면서 해킹 등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보안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차량 보안은 일반인들이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최근 해킹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키를 해킹해 자동차를 탈취하거나 통신기술에 침투해 차량을 원격제어하며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는 헐리우드 영화 장면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카&테크]움직이는 컴퓨터 '자율주행車'…'차량 보안 필수'

MECA(모빌리티·ㆍ전동화·ㆍ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에서 차량보안은 꼭 필요한 기술이다. 보안기술은 주요 산업분야 전반에 걸친 기저기술이기 때문에 외부에 활발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커넥티드 서비스가 늘어나면 자동차는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대형 컴퓨터로써 보안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로 보안 사고는 개인정보 침해, 금전적 손실, 서비스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보안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고객 안전', 즉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동차 안면인식기술.
자동차 안면인식기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여러 국가들은 차량보안 문제를 단지 민간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 또는 표준화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마찬가지로 차량보안 관련 법규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ISO/SAE 21434' 표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와 국제표준은 올해 제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이후로 해당 지역에 출시되는 신차들은 필수적으로 그에 따른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제품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북미 국토안보부는 대규모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년마다 훈련을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차량 보안 분야도 포함시켜 진행한다. 연방 의회에서도 자율주행 안전기준을 수립하여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공략중인 완성차나 부품사들 모두 차량 보안에 기술확보를 위해 대규모, 다각도로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입장에서 보안기술 수준은 그 자체가 제품 품질의 척도이다. 다만 보안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방어와 대응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조직 체계와도 많은 연관성이 있어 단시간 내에 이를 완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동차와 보안이라는 이종기술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분야에서는 단기간에 전문 인력을 육성, 확보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국내 현대모비스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보안인력을 영입ㆍ육성하면서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엔 본격적으로 차량보안 전담조직을 신설해, 전사 차원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 등을 안전하게 개발하는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고객이 보안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조치와 함께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해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 사회에서 무언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보안 없이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보안 없이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