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데이터 3법 개정, '데이터 경제 시대' 활짝 열길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 지능화 혁명으로 설명할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대량 데이터가 요구되며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개인정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는 개인 기본권 권리 보장만을 강조해 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진정한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산·학·연·정 혁신 주체들이 중심이 되는 데이터 생태계에도 긍정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개인정보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범주 내에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가명정보는 최초 목적과 다르게 처리하더라도 정보주체 동의 없이 이용·제공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용정보법에서는 개인이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에서 본인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 등으로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이 도입됐다. 이런 제도적 기반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 아래에서 데이터 유통·활용을 진행시키는 혁신 열쇠로 활용될 것이다.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다양한 차가 다녀야 한다. 무작정 빠른 속도로 달리게 해서도 안 되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차선도 필요하고, 과속단속카메라 등 규정과 제도도 필요하다. 지속 모니터링과 안정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으나 7월부터 시행되는 데이터 3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정보 보호제도 개선과 관련 기술 발전도 반드시 필요하다. 익명정보에 대한 정보보호 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판단기준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데이터 품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관 또는 기업에 쌓여 있는 데이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데이터가 활용보다는 저장 관점에서 관리되었다면 앞으로는 활용 관점으로 관리 포인트를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표준화, 품질관리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관리 프로세스까지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활용해야 할 데이터 범위도 더욱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한 마이데이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생산된 연구자의 연구데이터, 도시 각 영역에서 발생된 도시데이터, 공공데이터 등도 활용 데이터 범위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시티 구현, 사회문제 해결형 서비스, 데이터 산업 육성 등 다양한 비즈니스와 협력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활용 플랫폼 역할도 중요하다. 보유 데이터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수요 발굴과 문제 파악에서 시작해 데이터와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방법을 지원하는 데이터 활용 생태계가 구축됨으로써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활용을 통해 어떤 정책과 서비스가 만들어질지를 다 예상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머물렀던 아이디어들이 현실이 돼 우리에게 곧 다가올 것이다. 특히 벤처와 스타트업은 핀테크, 의료, 비이오 등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신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2020년대 첫 시작을 열어 준 데이터 3법 통과로 데이터와 AI로 실현되는 4차 산업혁명을 꽃 피우고,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데이터 강국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hy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