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03>나만의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 '메이커스페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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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주친 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서 듣게 되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 그것은 별다른 기술력이 없다보니 어렵게 창업한 아이템이 쉽게 남들에게 도용당해 좀처럼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상당부분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시장에서 가장 안정감 있게 안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특허' '실용신안' 같은 지식재산권을 출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상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이 같은 지식재산권 획득이 어렵기 때문에 그야 말로 무한경쟁에 직면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먼저 특허, 실용신안은 이공계 석박사 출신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국내외 여러 사례들을 보면 세계적인 빅히트 제품의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의 소소한 고민과 시도를 제품화해 결실을 맺은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제품을 출시한 개발자 내지 창업가 역시 해당 분야의 석학 내지 전문가라는 표현보다는 일상의 소비자로 지칭하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사람들은 일상의 불편함에 기반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었을까? 대표적인 대안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꼽고 싶다. 과거에는 소수정예 장인들이 기술과 제품 개발을 좌우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일상 도구들을 실험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제작도구 및 기술이 크게 발달해 누구나 혁신이 가능한 그야말로 대중화되었다. 3D 프린터를 통해 자신이 도안한 내용을 쉽게 구현해 볼 수 있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제품을 3D 스캐너 등을 활용해 손쉽게 도면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발달로 인해 최근에는 평범한 사람이 기업이나 전문가가 만든 기성 제품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재료와 기술, 도구를 활용해 주체적으로 물건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메이커(Maker)라고 부른다.

메이커들은 전기전자, 로보틱스, 3D 프린터, CNC 등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 창의적인 만들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으로 함께 만드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만든 결과물과 지식·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메이커들은 단순 애호가(Enthusiast), 해커(Hacker), 모더(Modder), 취미가(Hobbist)와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메이커들이 크게 대두되고 메이커에서 창업자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메이커 스페이스 때문이다. 예전에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흔히 DIY(Do It Yourself)라 지칭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DIT(Do It Together)라고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도구 내지 장비들을 특정 물리적 공간에 구비하고, 누구나 손쉽게 이러한 공간을 통해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 협력할 수 있는 기회 또한 크게 늘어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그야 말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단순히 장비와 도구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자주 들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기술과 지식을 나누고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메이커 무브먼트로 부르기도 한다.

지금 남다른 제품을 만들어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지만 별다른 기회 내지 터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가 있다면 가까운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의 여러 프로그램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