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시속 100km' 토네이도에 날려 '사랑의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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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사랑의 불시착>

패션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재벌가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토네이도를 만난다. 돼지는 물론 자동차마저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거센 바람에 휩쓸려 도착한 곳은 비무장지대(DMZ). 돌아가야 할 방향을 헷갈린 그녀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월북하게 되고, 운명적으로 북한군 장교를 만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재벌가 상속녀와 북한군 엘리트 간 로맨스를 그린다.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는 주인공이 토네이도에 휩쓸리며 시작된다. 마치 캔자스 농장에서 마술나라 '오즈'로 날려간 도로시처럼 말이다.

시속 100㎞가 넘는 토네이도는 좁고 강력한 저기압 주위에 소용돌이 형태로 부는 강한 바람을 일컫는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나타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주로 북미다. 미국에서만 매해 1000회 정도 관측된다.

드라마에서는 토네이도가 극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소재로 쓰였지만 현실에서 상상 이상의 피해를 초래하는 재난이다.

1879년 미국 캔자스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철로 된 다리를 뽑아 버렸고, 1931년 미네소타에서는 70t 무게 열차 5량을 30m 밖으로 날려버렸다. 이외에도 주택 지붕이 날아가거나 사람이 타고 있는 승용차를 들어 올리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로 인한 사망자가 연평균 100여명에 이른다.

역사상 최악 산불이 발생한 호주에서는 고온과 강풍이 더해지며 '화염 토네이도' 현상이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 큰불이 강풍을 타고 16㎞ 높이까지 치솟으며 이동, 12t 소방트럭을 전복시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현재 토네이도 경보 발령 이후 실제 발생까지 시간(리드 타임)은 평균 14분으로 여전히 대피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이에 기상 위성과 빅데이터 분석, 첨단 수학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리드 타임을 두 배 이상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도 바닷물 표면 온도 패턴으로 북미 지역 토네이도 발생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주목받았다. 62년간 축적한 북미 지역 토네이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모형 시뮬레이션을 분석, 토네이도 발생 횟수 장기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구온난화로 공기가 더워지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토네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과거에도 종종 '용오름'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관측됐고, 지난해 3월에는 충남 당진에서 발생한 용오름 현상으로 인해 현대제철 공장 지붕이 뜯겨나가기도 했다.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예측 불가 '불시착'은 드라마 속에서 족하다. 과학기술계 노력을 통해 보다 빠른 재난 예보와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