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데스크라인]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녁에 소주잔을 기울인 기업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법인세와 상속세는 단골 메뉴다. 얼마전 이 같은 현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낸 법인세가 정부 예상치보다 7조원이 적게 걷혔다. 2019년도 법인세 수입은 72조1743억원에 그쳤다. 돈을 잘 벌어들이는 법인이 줄어든 탓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올해 법인세 예상액을 64조4000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보다 18.7% 낮은 예상치다. 법인세율은 올렸지만 세수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18년도에 22%이던 법인세율의 최고세율을 25%로 올렸다. 증세 조치였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기존 24.2%에서 27.5%까지 올라갔다. 미국, 영국보다 높아졌다. 올해는 어떨까. 새해 벽두부터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 성장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 소득이 제로가 되면 세금을 낼 재간이 없다.

해외 상황은 어떤가. 디지털세 논의는 본전도 못 찾았다. 사공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간 형국이다. 구글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 국제적 논의가 전개되면서 오히려 제조업체에 불똥이 튀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세 논의를 전담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6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세가 실행되면 전 세계적으로 1000억달러(약 118조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과연 국내 기업이 과세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디지털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과세의 대원칙 구현을 위해 출발했다. 속지주의를 근간으로 한 전통 굴뚝산업 과세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경제는 국경 없는 시장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버 위치를 기준으로 한 과세 체계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논의의 틀을 흔들면서 게임의 룰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이미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대해 관세 및 법인세를 내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세는 이중과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세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쉽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기재부가 디지털세 전담 부서를 만들었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경제 부문을 강타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을 좌우할 세계적인 돌발변수가 됐다. 상당수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섰다. 항공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남대문 시장은 썰렁하다. 1분기 성장률 둔화는 불 보듯 하다. 정부는 나라살림 가계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올해 예산에 편성된 세입 규모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통업계와 제조업 부진으로 법인세 규모가 예상치보다 하락할 수 있다. 세출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진정 애국자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경기 활성화 필수 조건이다. 나쁜 환경에서 수출 역군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기업 친화적인 과세 정책이 필요하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흐름이다. 국내 기업에는 과감한 감세를 통해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 디지털세 논의에서는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