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친환경 규제 강화에 전기차 485종...본격 경쟁 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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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30년 車 탄소 37.5% 감축
충족 못한 완성차 업체 벌금 부여
소형·준중형급 넘어 중대형급 출시
3000만원대 차량 줄줄이 출시 예고

[이슈분석]친환경 규제 강화에 전기차 485종...본격 경쟁 판 깔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가별 소비자 전기차 인지율 및 실제 구매율 변화배터리 전기차 판매량 추이연도별 배터리 전기차(BEV) 출시 모델 수 전망치전기차 구매 고려 시 우려사항

지난해 유럽 전기차(BEV·PHEV) 시장이 전년대비 45% 확대되면서 약 56만대가 팔렸다. 이 중에 4분기 판매량(약 20만대)은 이전 분기보다 81%나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구매 보조금 등 각종 지원책에 판매가 급등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일부 차종의 보조금 중단으로 전년(약 36만대) 대비 9%(약 33만대)가량 줄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역시 보조금을 줄인 탓에 2년 연속 감소세다.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위해 '당근(구매 보조금)과 채찍(시장 규제)' 투트랙 정책이 여전히 크게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개월 연속 미국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3.
24개월 연속 미국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3.

◇내연기관차 퇴출 붐...'친환경차 키운다'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유럽을 중심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EU는 2018년 12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승용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37.5%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차량 당 CO2 배출 허용량을 기존 130g/㎞에서 2020년부터 95g/㎞으로 줄이고, 2023년엔 62g/㎞, 2050년 10g/㎞으로 줄이는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한다. 완성차 업체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초과한 CO2 배출량과 판매량을 토대로 차량 당 95유로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에 독일과 프랑스·영국·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보조금을 오히려 올리거나, 유지하는 추세다.

EU 규제에 발 맞춰 현지 업체 위주로 '탈 내연기관'을 선언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 중단을 밝혔고, 스웨덴 볼보는 올해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신차는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HEV) 차량을 고집해온 일본 토요타 역시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내놨다.

2년 연속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2년 연속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내연기관의 종식 속도가 가속화 되는 양상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2020년부터 모든 차종에 전동화 모델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역시 2020년까지 전체 제품군의 절반을 전기차로 구성하기로 했고, 르노·닛산 연합체도 향후 5년 내 연간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도 현재 10개 미만의 전기차 모델을 2025년까지 29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국가별 규제도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영국 정부는 2035년부터 가솔린·디젤 엔진이 들어간 자동차의 전면 판매 금지를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긴 조치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를 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 의회는 구속력은 없지만 2025년까지 모든 자동차의 배출가스 제로 목표를 제시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함께 전기차 확산은 당연한 수순이다”이라며 “우리 산업계가 시장 대응에 빠르게 대응하진 못했지만, 전용 플랫폼을 비롯해 차종 다변화에 힘쓰고 있어 향후 시장 선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최근 출시한 배터리 전기차 ID.3.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최근 출시한 배터리 전기차 ID.3.

◇탈만한 중저가·중형차까지 선택지 넓어진다

올해 친환경차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을 시작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 확대 걸림돌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 차량 가격', '불편한 충전인프라 접근성', '차종 선택지가 적다'가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를 시작으로 1회 충전 후 300~400㎞ 장거리 주행성능은 물론 가격 부담이 덜한 전기차와 중대형 모델 등이 출시되면서 차량 선택지가 넓어진다.

미국 컨설팅·조사업체인 맥킨지 앤 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0개 차종의 배터리 전기차(BEV)가 전세계 시장에 출시 된다. 특히 중대형급 전기차는 지난 2017년 39개 판매 차종 중에 18개(18%)에서 2018년에 23개, 2019년엔 96개 중 35개 차종으로 증가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신규 전기차 제작사까지 늘면서 지금의 내연기관 시장과 비슷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소니가 지난 1월 CES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비전-S(Vision-S).
소니가 지난 1월 CES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비전-S(Vision-S).

보고서는 2025년이 전기차 대중화가 실현되는 시점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향상에 따라 장거리형 차량은 물론 운전자 운행 패턴이나 용도에 맞게 주행거리 맞춤형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고, 시장 수요 증가로 가격경쟁력도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되는 전기차는 기존에 소형·준중형급 차량뿐아니라 중대형급 전기차도 다수 쏟아진다. 폭스바겐과 르노 등은 3000만원대 전기차를 출시하고 현대차·기아차나 GM 등도 내년부터 3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시장도 올해부터 전기차 차종 다변화가 시작됐다. 아우디·포르쉐·르노에 이어 프랑스 브랜드 DS와 푸조, BMW그룹 MINI가 새해 한국에 신차 전기차 7종을 출시한다. 국산차가 주도해온 국내 전기차 시장에 수입차 브랜드들의 잇따른 진출로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MINI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MINI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올해 국내 새롭게 출시되는 국산차는 없지만, 수입차 7종이 추가되면서 국내 선택지가 20여 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PHEV 모델까지 합치면 전기차로 분류된 선택지는 거의 40종에 달한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10개 안팎이던 모델 수가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 환경규제가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는 주된 이유지만, 매연 냄새가 없는 전동화 성능을 즐기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1~2년 전부터 전동화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둔데다, 하이브리드 차량만 고집했던 토요타까지 전동화 전략을 선언한 건 전기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