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86>인간 중심 과학기술, 융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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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연결과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상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으로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롭고 윤택해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 오염과 신종 전염병 확산, 기계가 인간지능(AI)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 등 과학기술의 악영향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석학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며, 지나친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과학기술이 추구하는 목표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얘기한 '인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과학기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간 중심 과학기술은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공동체, 문화와 환경 등을 고려하는 인간 가치를 최우선에 둔 과학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과학기술이 기후변화, 환경오염, 윤리문제 등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인간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대 요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인간과 사회, 문화의 가치 및 속성에 대한 매우 복잡한 근본 질문에서 출발하는 인간 중심 과학기술의 목표는 많은 사람에게 과학기술 진보에 따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이라는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존의 경제 번영을 넘어서는 새로운 과학기술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개발(R&D)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과학기술 경계를 넘어 융합 사고에서 연구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수용성과 접근성, 과학기술의 사회 책임과 같은 요소를 철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유경제에 따른 사회 갈등을 보더라도 부작용을 예측하고 이를 기술 개발 전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이 사회 비용 최소화를 위해 필요하다.

둘째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초학제 융합 연구가 필수다. 특히 다양한 융합 과정을 지원하고 확산하기 위한 새로운 추진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업하고, 다양한 정보가 융합하는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과 사회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논문, 특허, 기술 이전 등으로 국한된 기존 과학기술 성과들이 사회 성과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융합하는 실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 경제·인문사회 학자의 사회 변화 예측을 토대로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 R&D 방향을 설정하고 개발된 기술은 리빙랩, 리빙타운 등에서 사회 실증을 함으로써 인간 중심 과학기술 비전을 조기에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 가치의 실증 과정이 지역 주민과 밀착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협업, 더 나아가 융합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효율과 성장 가치를 넘어 포용과 책임 가치를 실현하는 '인간 중심 과학기술'을 위해 기존의 R&D 사업과는 근본이 다른 전혀 새로운 융합연구 선도 모델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 주제 선정, 수행 방식, 성과 확산 등 전 과정에서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구체화한 '인간 중심 융합연구 선도 프로젝트'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쪼록 인간 중심 융합연구 선도 프로젝트가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jubys@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