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지원 사업 '편법 브로커' 활개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대학생 명의 기획서 제출…지원금 나눠
사업화 필수 '비목 예산' 악용 사례 늘어
업계 "PMO 제도로 면밀하게 관리해야"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창업 지원 사업에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관리감독 제도 부실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전담 프로젝트 관리조직(PMO) 제도 도입 등 면밀한 사후 관리체계 도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창업 사업화 지원에 대학생 명의만 빌려 사업기획서를 제출하고 자금을 지원받는 편법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중간 브로커가 정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일종의 '바지사장' 또는 대학생 명의로 사업제안서를 대행하고 지원금을 나누는 구조다. 금융사와 SI기업, 컨설팅사가 사업기획안을 대필해 주고 대학생이 창업을 준비한 것처럼 꾸며 예산을 받는 형태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창업 지원 사업 평가위원은 “실제 창업 아이템을 심사한 결과 중간 브로커가 작성한 사업기획안을 가져온 사례가 많았다”면서 “정부 관리감독 체계가 없다 보니 상당한 금액이 이미 지원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업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모 교수는 “한 청년 사업자가 최근 정부 예비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 1억원 상당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면서 “알고 봤더니 금융사 간부가 대학생 명의로 사업기획서를 만든 게 적발됐다”고 귀띔했다.

사업화에 필요한 '비목 예산'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원 사업은 통상 사업 상용화에 필요한 재료비, 외주용역비, 특허 취득비, 교육훈련비 등 사업화 자금 세부 명목으로 돈이 투입된다. 비목 예산을 '짬짜미'한 사례도 적발됐다. 예컨대 정부 예산을 받은 한 대학생이 비목 예산 집행 과정에서 시스템통합(SI) 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과 미리 짜고 사업제안서를 공모한다. 사업이 통과되면 비목 예산을 시스템 운영비 명목 등으로 SI 기업 등이 가져간다. 미리 사업자를 선정해 놓고 지원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한 SI 기업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중소형 SI 기업과 IT컨설팅 기업이 청년 사업자와 미리 협의해서 사업화 자금을 나눠 가져가는 사례가 있다”면서 “솔직히 정부 청년창업 지원 사업이 거의 비슷해 하나의 아이디어나 아이템으로도 여러 곳에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 지원 사업 '편법 브로커' 활개

창업진흥원은 창업사업화지원 사업을 공지하는 K스타트업 홈페이지에 불법 브로커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진흥원은 불법이 적발되면 주관기관 제재 조치 등을 취한다. 브로커에 대해선 창업지원사업 멘토 및 평가위원 자격을 박탈한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불법 브로커를 통한 창업사업 선정 사실이 확인되면 창업자에게는 협약 중단, 사업비 전액 환수, 최장 5년 동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사업 참여 제한을 실시한다”면서 “단계별 창업사업화 효율화 방안이라는 이름의 용역 과제를 맡겨 주관기관의 전문성 확보 관련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전담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영기관에서 전문가 집단인 PMO를 운영, 외주용역 프로젝트를 면밀하게 관리하고 창업 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금 대신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 바우처로 전환, 비목 예산별 세부 기준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