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 삼성 폴더블 생산라인 멈췄다...산업계 전반 셧다운 공포

제조 컨트롤타워 구미사업장 폐쇄
신작 갤럭시Z 플립 생산에 차질
출장 차단 등 기업 전반 확산방지 노력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 라인이 멈추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LG,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은 외부·단체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산업계 직접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폴더블 '갤럭시Z 플립' 타격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 국내 거점인 경북 구미사업장이 코로나19로 가동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구미사업장은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새로운 공정 기술을 선행적용하고 전파하는 제조 컨트롤타워여서 '마더(母) 팩토리'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은 국내 유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2000만대로 총 출하량의 7% 정도로 추산된다. 주력 생산거점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옮겼지만 국내 공급하는 플래그십 모델과 폴더블 스마트폰은 구미2사업장에서 양산한다. 구미사업장은 24일 오후에나 재가동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 미래를 짊어진 폴더블폰 신작 갤럭시Z 플립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갤럭시Z 플립은 알려진 것과 달리 해외가 아닌 구미2사업장에서 대부분 생산한다. 하반기 선보일 갤럭시폴드 차기 모델 역시 구미 생산라인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폴더블폰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나 돼야 가동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폐쇄가 주말 포함 일시적이라 영향이 크지 않고, 추가 조업을 진행해 주요 고객에 대한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 확진자 폭증에 '초비상'

중국 공장 가동이 정상화하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줄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기업들은 돌연 확진자가 폭증하자 잔뜩 움츠러든 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방역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장 등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삼성은 구미사업장 확진자가 나오면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지난주 서울 본사 발열자가 나온 삼성SDS는 해당 근무자가 있던 층을 폐쇄했다.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됐으나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삼성은 2월 8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직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을 하고 있으며, 24일부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직원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시켰다.

LG는 지난 21일 전 임직원 대상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대구·경북 지역 출장은 연기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대구·경북을 다녀온 직원은 자택근무 조치했다.

반도체 업계는 총력 대응 태세다. SK하이닉스는 분당과 이천, 청주 등 생산·연구 시설 입구에 검역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부가 권고한 질병관리지침보다 더욱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화성과 천안, 기흥 공장에 대한 수시 방역을 강화하고 피해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하고 국내 및 해외 출장 자제, 단체 회식과 집합 교육 취소, 구미-수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의 내용을 전 직원에게 이메일, 문자 등으로 전달했다.

대구 인접 구미산단에 공장을 둔 기업들은 자체 방역을 강화했다. 대구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운영 중인 태광그룹은 이미 19일부로 △공장·팀·조별 회식 자제 △국내외 출장 제한 등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각종 전시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발길이 끊이 벡스코 전시장과 광장.
각종 전시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발길이 끊이 벡스코 전시장과 광장.

◇확진자 나올까 '전전긍긍'···내수도 타격 예상

이 같은 움직임은 울산, 창원 등 영남권과 호남권, 수도권까지 권역을 가리지 않는다. 포스코는 21일부로 현 상황을 '심각' 단계로 격상, 추가 예방 조치에 돌입했다. 해외 출장자 2주간 자가 격리, 중국·동남아 해외출장 제한은 물론이고 제철소와 포스코센터 전직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추가했다. 현대제철도 인천, 포항, 당진 등 사업장에 고성능 열화상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수시 방역키로 했다. 동국제강도 출장, 회의를 전면 제한하고, 필요에 따라 화상 회의로 대체키로 했다. 전체 공장과 사무실도 방역했다.

정유·화학사들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사는 수시 방역 외에 구성원 체온을 실시간 체크, 감시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여수 산단에 정유 공장을 운영 중인 GS칼텍스는 '사내 감염병 비상대책반'을 별도 구성했다. 울산 공장을 둔 한화케미칼은 대구·경북 지역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롯데케미칼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대산과 울산, 여수 공장 현황을 매일 보고 받고 있다.

노동집약산업인 조선도 만반의 대비에 나섰다. 거제도에 야드를 둔 삼성중공업은 중국, 홍콩 등 국외 외 대구·경북 지역 방문자 현황 파악에 돌입했다.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다발) 파동으로 생산 중단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에 직면했던 자동차 업계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확진자가 몰린 대구·경북 지역에 자동차 부품 업체가 밀집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매장 내방객이 급감하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업계 역시 봄철 성수기에 오프라인 매장이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가 되면서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전업계는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여전히 80%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대구 도심 동성로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진은 대구 동성로 거리.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대구 도심 동성로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진은 대구 동성로 거리.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