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위기 단계 '심각' 격상…정부, 코로나19 강력 대응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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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범정부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상향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가 특정 지역과 집단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는 초기 단계로 판단하고 있지만, 전파 속도를 감안할 때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기존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 체계를 유지하면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컨트롤타워를 격상한다. 국무총리가 직접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는 것은 최초 사례다.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2차장 겸 범정부대책지원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아 기타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빠른 전파 속도에 '심각' 단계 상향 결정

그동안 감염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심각 단계 격상 권고가 나왔지만 정부는 하루 전날까지 위기 경보 현행 유지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역사회 전파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보를 격상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촉발된 대구·경북 확진자 증가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데다, 전국적으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선제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특정 종교 집단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 양상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발생하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는 위기평가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심각 단계 격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최종 단계인 '심각'은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전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되거나 전국적으로 확산할 때 내려진다. 이 단계에서는 전염병 퇴치를 위해 범정부적 총력 대응에 나선다. 필요시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2009년 75만명 환자가 발생했던 신종플루 사태 때 한 번뿐이었다.

보건복지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심각 단계에서는 교육부가 학교·학원의 휴교·휴원을 검토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대중교통·철도·선박 운행 제한을 결정할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체육, 관광 관련 대규모 행사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전국적으로 1만 병상 수준 치료병상 확보 계획

'심각' 단계에서 정부는 코로나19의 해외유입차단, 환자 발견, 접촉자 격리 등 봉쇄정책을 실시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확산 최소화 전략을 투트랙으로 지속한다.

중국을 대상으로는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금지와 중국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지속한다.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지역에 대해서는 최소 2주간 자율적 외출자제와 이동 제한을 요청했다. 또 좁은 실내공간에서 개최되는 행사나 다중이 밀집하는 행사는 자제하고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외출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빠른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1주일 이내에 각 시도별 감염병점담병원을 지정·소개하고, 대구 지역 확진자를 위해 1000병상 수준의 병상을 추가 확보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확진환자가 다수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전국적으로는 1만병상 수준의 치료병상을 확보한다.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 환자는 음압병상(1인실)을 배정해 치료해 왔다. 현재 전국 공공·민간병원에서 운영 중인 전체 음압병상은 1077개다. 이 중 394개는 사용 중이며 683병상이 사용 가능한 상황이다. 전국 의료기관·보건소에서 미사용 중인 음압기를 활용해 음압병상을 추가 확충하고 부족분은 추가 구매해 지원할 계획이다.

◇유·초·중·고등학교 개학 1주일 연기, 대학에는 원격수업 활성화 지원

정부는 전국 모든 유·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및 각종학교의 개학을 3월 2일에서 3월 9일로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위생 수칙 및 시설방역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안전한 환경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이 돌볼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가족돌봄 휴가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대한 예산 지원도 검토한다.

한 주 동안 가정에서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도 제공한다. 개학을 연기하지만 담임 및 학급 배정, 연간 교육과정 운영 계획 등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정부는 학원과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설을 자제하도록 학부모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중국 유학생 관리 방안도 강화된다. 앞으로 입국 예정인 중국 유학생은 3만1462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1만여명이 다음주에 집중 입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국 학생들에게 최대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원격수업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학들을 감안해서 중국 체류학생들이 소속 대학 외에 다른 대학 원격수업 수강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한국방송통신대 수업을 1학기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사이버대학 콘텐츠도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유튜브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대학혁신지원사업 등에 원격수업 관련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휴학 지원책도 강화된다. 1학기 휴학을 하고 중국에 체류해 하는 학생들에게는 당초 목표대로 졸업할 수 있도록 한 학기 수강학점 제한을 완화하는 학칙개정을 권고했다. 7학기 만에 4년제 대학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놓으라는 것이다.

입국한 학생들은 입국단계별로 관리한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유학생 전용 안내창구를 설치한다. 입국 후 14일 간 유학생은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과 대학별 1일 1회 이상 모니터링을 통해 이중으로 관리되며, 전담관리자들이 방문하여 건강상태 등을 확인한다.

입국후 14일 동안은 등교 중지 기간으로 둔다. 등교 중지 기간에는 학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학생카드를 셧다운한다. 이를 어기고 도서관과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는 유초중고 개학연기, 중국 입국 유학생 보호지원 등 코로나19 대책들이 현장에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학원에 대해서도 학부모가 협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