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이재환 톱텍 회장 “1석100조 나노 멤브레인 미래 열겠다”

“지난해 한일무역 분쟁을 겪으며 소재 강국이 돼야 큰소리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경량과 통기성 등에서 기존 섬유의 한계를 뛰어넘는 '꿈의 소재' 나노 멤브레인 만큼은 일본과 독일 등 소재 강국에 당당히 앞섰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재환 톱텍 회장이 레몬이 생산하는 나노 멤브레인 소재 샘플 앞에서 왜 꿈의 소재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재환 톱텍 회장이 레몬이 생산하는 나노 멤브레인 소재 샘플 앞에서 왜 꿈의 소재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나노 멤브레인 소재과 5G 휴대폰 부품 등을 생산 공급하는 자회사 레몬의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재환 톱텍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 나노 멤브레인 생산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이같이 내비쳤다. 경북 구미 레몬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보다 세계 유일, 세계 최대 나노 멤브레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나노 소재 신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더 신이 나 보였다.

김천 구미역에서 30여분을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구미 레몬 본사에서 오는 3월 말 가동을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8개 라인 신공장을 대면했다. 신공장은 나노 멤브레인을 전기 방사로 뽑아내기 위한 원재료 유틸리티동과 8개 생산라인이 반도체 라인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 레몬 상장은 나노 소재 부문에서 세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활용처를 갖는 나노 섬유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생산체계에 잘 투영돼 있었다.

나노 멤브레인은 다양한 용도의 위생용품과 아웃도어 의류, 마스크(각종 필터 소재) 등 쓰임새가 끝이 없어 보였다. 그는 이 같은 나노 멤브레인의 활용 가치를 '1석100조'로 표현할 수 있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현황과 앞으로 새롭게 펼쳐갈 미래 구상을 소상히 털어놨다.

대담=서낙영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

-오는 28일 자회사 레몬이 코스닥 상장을 한다. 10여년 넘게 공들여 온 것이 열매를 맺은 것인데.

▲2008년부터 시작했다. 12년 동안 매해 내년이면 된다는 시간을 거치면서 오로지 임직원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왔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과 송사를 비롯해 공장 화재 등 크고 작은 일로 임직원의 상처도 깊었다. 이들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오기와 집념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상 소재 사업을 해보니 하루아침에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돈과 사람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과 싸워야 했다.

-레몬은 최근 기업공개 사례 가운데 기술특례로 주목을 받았고, 여기에 마스크 품귀가 발생하며 나노 필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반 투자자 경쟁률이 800대 1을 넘는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온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기대가 있었고 공모가 진행되는 과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며 더 큰 주목을 받은 것 같다. 최근 마스크 수요 폭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나노 필터가 상당 기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 공모 증거금으로 2조3000억원 이상이 몰린 것이 이를 보여준다. 기술특례 상장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반 기업은 수익 난 실적을 갖고 하면 되지만 기술특례는 미래 비전을 갖고 하는 것이다. 거래소 심사도 엄격하고, 회계법도 강화됐다. 원래 상장 목표는 지난해 11~12월이었으니, 결국 2개월여 지연된 셈이다.

-상장으로 공모한 자금을 설비 투자 등 레몬의 '제2 도약'을 위해 전액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공모 자금이 설비 투자에 쓰이는 것은 맞지만 약간 선후가 바뀐 것은 있다. 지난해 이후 레몬 나노 섬유사업에 대한 확신으로 8개 라인을 갖춘 신공장 구축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보통 기업이 하는 과정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대개 계획을 세우고 공모를 하고 투자를 하는데, 투자를 먼저 하고 이에 소요된 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를 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톱텍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건물이 올라가고 장비가 하나둘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기업 투자가 고용 창출이고, 기업 투자 없이는 알짜배기 고용은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대규모 생산라인 구축에 따른 수요처 확보에 대한 우려나 걱정은 없었나.

▲큰 틀에서는 신공장 가동을 위한 물량 확보에 자신이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최대 생리대 회사와 나노 멤브레인 공급 추진이 진척 중이고, 내년 9월까지 노스페이스에 대한 독점 공급, 각종 산업용과 보건용 필터류 수요 등 계산이 서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컸다. 지난 1월 구정 전후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 시점 이후 마스크용 필터 수요가 폭증했다. 마스크는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지난해 11월 인수한 에프티이앤이에서 에어퀸 마스크로 승인받은 모델이 있었다. 문제는 마스크 주문이 에프티이앤이 생산 능력을 넘어서며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모회사인 톱텍을 통해 4개 생산설비를 자급해 수요에 대응키로 했다.

-최근 일고 있는 실제 마스크 수요가 궁금하다.

▲일주일새 마스크 3600만개 공급물량 계약을 새로 맺었다. 그것도 30% 선급금을 받고 한 것으로 홍콩과 중국계 주문이다. 에프티이앤이가 풀 캐파(생산능력)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톱텍이 관련 설비를 추가로 공급받아 오는 4월부터 9월 말까지 제공하는 조건이다. 이 같은 주문은 한 예다.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고 다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다. 마스크 제품은 일반적인 MB(멜트 블로운) 부직포 필터가 아닌 나노 멤브레인 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나노 소재 물량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나노 필터 마스크는 MB 필터가 정전기를 주입해 필터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멤브레인 소재는 그 자체가 필터로 습기에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에프티이앤이 인수는 레몬과의 시너지 등 다목적 포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스크 수요 폭증으로 결국 '신의 한수'가 됐는데.

▲인수 시작점은 지난해 2월 이 회사 2대 주주인 금진투자자문사가 찾아와 제안하면서다. 나노 멤브레인을 제일 잘하는 회사에서 인수하는 것이 관련 기술을 이어갈 수 있다며 여러 번 제안해와 실사를 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최종 판단이 섰다. 에프티이앤이는 기본적으로 산업용 나노 멤브레인을 생산해 왔고,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소재와 원단을 합지하는 라미네이팅 기술이 좋았다. 레몬은 소재 자체로 팔았지만 에프티이앤이는 원단에 붙여서 팔면서 라미네이팅 기술이 축적돼 있었다. 일부 획기적 방법도 있었다. 자금면에서도 금진투자자문이 재무적투자자(FI)로 톱텍 인수 지분의 절반 규모를 새로 참여했다. 화성과 대구, 필리핀 공장 등 감정 평가를 종합해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에프티이앤이의 법원 회생종결도 최근에 완료됐다.

-지난해부터 주력해 온 에어퀸 생리대와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부문은 어떤가.

▲올해 3월부터 에어퀸 생리대의 새 버전이 나올 것이다. 국내외 공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괄적인 공급 규모를 예상하면 중국 등 해외가 150억원, 홈쇼핑에서 100억원, 나머지 채널에서 100억원 등 350억 이상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마트와 주요 면세점 등의 오프라인 입점과 해외 주요 국가 온라인 입점을 통해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노스페이스에 공급하는 아웃도어용 소재 물량은 올해 지속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노스페이스라는 한 집만 믿고 할 수는 없다. 일본 미쓰이 상사 등 여러 곳에서 노스페이스 물량 이상으로 가져가겠다는 제안이 오고 있고, 논의 중이다.

-나노 멤브레인 수요처가 위생용품과 함께 과수포장지 등으로 다각화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장기로 바이오 농업으로 확장하는 일환으로도 보인다.

▲나노 멤브레인 소재는 활용도 측면에서 '1석100조'라고 할 수 있다.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끝이 없다. 지난해 연말에 경상북도 농업기술원과 협력해 나노 소재를 과수봉지 용도로 사용했을 때 평균 20% 정도 상품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말 관련 특허도 냈다. 올해는 실험 농가를 50곳으로 늘려 더욱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얻을 것이고, 이후 내후년에는 본격적인 시장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톱텍과 시너지가 큰 역할을 했다. 톱텍이 과수포장지를 만드는 자동화 기계를 제작해 생산 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로의 수요처 확대는 최근 순창군과도 진행 중이다. 장독대를 씌우는 천 대신 나노 소재를 사용해 높은 통기성으로 위생적인 발효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레몬은 나노 멤브레인을 아웃도어 의류와 자체 브랜드의 프리미엄 생리대 등 생활용품 생산 유통까지 참여하며 쉽지 않은 길을 개척해 왔는데.

▲레몬은 기본적으로 소재 기업이다. B2C를 하는 기업은 아니다. 지금까지 전개되는 것을 보면, 대다수 소재를 사가는 것이 더 많다. 과수포장지, 장독대 커버 등 점점 다양해지는 모든 것을 주문자 생산방식을 통해 직접 유통해 나갈 수만은 없다. 근본적으로 소재를 팔면 된다. 누구든 하겠다는 업체가 있으면 협업을 할 것이다. 노스페이스 소재 스펙을 통과하는데 2년, 론칭 하는데 1년 걸렸다. 과수봉지 시장을 여는 과정도 지난해 첫 연구 결과와 올해 테스트 모집단의 확대를 거쳐 3년이 걸린다. 각 부문에서 나노 소재 장점을 상품화하는 것은 해당 업종 몫이기도 하다.

-톱텍이 레몬 상장으로 지분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장비 부문이 제 자리를 찾아야 가치를 인정받는 것 아닌가.

▲톱텍 엔지니어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SK 이차전지 설비를 비롯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장비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20년과 미래 20년을 보자. 인간은 일하기보다는 즐기는 존재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부유하게 풍부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자동화 기계, 인공지능(AI)이 해준다. 톱텍은 올해까지 28년 동안 전천후 장비를 만들었다. 발주가 없어 안 만든 것이지, 우리가 못 해준 장비는 없었다. 미래 20년의 자동화 장비 속도는 훨씬 빠를 것이다. 자동화 장비, AI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톱텍이다. 디스플레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 방안이 있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소재 산업은 시간과 돈과 사람이 필요하고,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여론이 소부장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니 정부가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재 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정부 정책을 분리해서 적용하고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 대표 사례로 전 업종을 일괄해서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등 경직된 정책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부가 기업 정책을 만들되 기업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수많은 업종과 기업을 하나로 보고, 일괄 적용하는 것은 세계 10대 무역국이 할 것이 아니다. nyseo67@etnews.com

◇이재환 회장은

경상북도 봉화가 고향이다. 1967년 2월생으로 어린 시절 부산으로 유학을 와 부산기계공고와 동서대 기계과를 나왔다. 1992년 26살의 젊은 나이에 톱텍을 창업했다. 자동화설비와 디스플레이 부문 장비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톱텍을 코스닥 상장사로 키웠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긍정적 변화와 발전을 이끌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꿈의 소재'라는 나노 멤브레인에 끌려 양산이라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도전한 것도 이 같은 성향 때문이다. 2008년 나노 소재 기업 레몬을 톱텍 자회사로 설립해 결국 12년의 노력 끝에 올해 2월 기술특례 상장을 일궈내는 뚝심을 발휘했다. 수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는 이 회장은 임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속성장 틀을 만드는 것이 기업 오너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휴대폰에 나노 소재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메모를 61개나 써 놓은 그는 나노 소재 전도사 역할에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