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2>원격의료 없이 버티는 코로나19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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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2>원격의료 없이 버티는 코로나19 사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요.” 증상도 없는데 불안을 느끼는 상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 엘리베이터 번호판을 누르기도 겁이 나고 식당에 가기도 편치 않다. 지역사회 확산은 이미 시작됐고, 700명 이상 감염자와 1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상황을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의료시설과 의료진 감염이다. 중국은 이미 3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2>원격의료 없이 버티는 코로나19 사태

환자와 의료진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격의료가 제격이지만 불행하게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2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부가 전화 상담과 처방 등 원격의료를 한시 허용했지만 원격의료 도입으로 도산을 걱정하는 개인병원 등 일부의 반발도 상당하다.

정부는 가벼운 감기는 전화 상담으로 처방을 받으라고 하지만 가벼운 감기를 누가, 어떻게 코로나19 증상과 비교할 수 있을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피부병 같은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질병을 우선하는 편이 실효성 있어 보인다. 고혈압 처방전을 받으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토피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등이 이미 도입한 원격의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현재 기술로도 센서로 심전도와 혈당검사를 하고, 수면 도중에 숨지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피부질환의 원격진단과 로봇 개입으로 의료진의 감염 노출 최소화도 가능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사진을 AI로 분석해 원격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을 받았다. 자신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사용하면서 의료진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율배반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2>원격의료 없이 버티는 코로나19 사태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료진 간 거리를 최소화하고, 빈부 격차에 의해 차별화된 의료서비스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양한 기술 기반의 진단과 치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불행이지만 복지 증진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쾌거를 달성하는 한편 원격의료 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다.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반대하는 일부 의료계와 관련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첨단 기술 도입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가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병원 등 소규모 의료기관은 대형병원의 원격의료 서비스 독식을 우려하고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대형병원과 개인병원 협업으로 운용하는 상생 전략을 제시하면 해결될 수 있다. 어차피 적용될 것이어서 안이하게 기다리고 있기에는 원격의료 도입의 절실함이 더욱 큼을 이번 코로나19가 웅변하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2>원격의료 없이 버티는 코로나19 사태

이번 사태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와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해 규제를 점진 철폐하려는 정부의 전략이 전격 수정될 때다. 이제는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건강과 권익에 중점을 두는 정부로 변모해야 한다. 20년 이상 제자리걸음을 하도록 만든 원격의료 족쇄를 풀어 헤칠 골든타임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