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덮친 산업현장 '아노미' 상황

전국서 확진자 급속도로 늘면서
업계, 자재·부품 수급 차질 넘어
사업장 폐쇄 잇따라 생산 차질
코리아 포비아로 해외 사업도 타격

코로나19로 덮친 산업현장 '아노미' 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자재와 부품 수급 차질을 넘어 국내 사업장 운영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협력사 등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 사업장 폐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코리아 포비아' 확산에 따라 글로벌 사업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의 부품과 자재 등 공급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업계는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수급 지연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같은 피해를 봤다. 전자업계도 TV 핵심 부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2월에 9%나 급등하면서 사업 전략에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사업장 근무자 가운데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공장 폐쇄 사태까지 발생했다.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 현대제철 포항 사업장, 코오롱생명과학 김천 공장, 현대차 협력사인 서진산업 등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사업장이 폐쇄됐다. LG전자는 인천사업장 연구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자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연구동 폐쇄를 선제 단행했다. 사업장 안전 대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최소 1개월 이상은 위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정부가 전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시킨 데 맞춰 내부 대응 방침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장 출입 통제 강화는 물론 사업장 간 이동 금지,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충남 지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지역 내 감염자가 많지 않아 사업장 방역과 외부인 출입 통제 등 기본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려되는 곳은 대구와 경북 등 감염자 급증 지역에 있는 기업이다.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 '셧다운'(일시중지)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에 근무하는 대구 주재 직원에게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재택근무를 안내했다. LG 역시 대구와 청도 주재 생산직 직원에게 공가를 부여했다. LG는 또 모든 업무 공간에 외부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해외 사업도 고민하고 있다. 당장 직원 출장부터 제한을 받게 됐다. 해외행사 개최에 차질이 예상된다. 전자 기업은 올해 초 해외 지역별로 신제품 발표 행사를 개최해 왔다. 올해도 '삼성포럼' 'LG 이노페스트' 등 기업별로 해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해외행사에 국내 본사의 참여가 제한될 공산이 크다. 현재 이스라엘, 영국, 카타르 등 15개국에서는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앞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83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사망했다. 8번째 사망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