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미래포럼]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난 2011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개발자로 유명한 마크 앤드리슨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라고 말해 SW의 중요성과 함께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나타내는 대표 표현이 됐다. 느닷없이 1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이야기를 끄집어낸 데는 현재도 여전히 이 말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앤드리슨은 “먹어 치운다”는 말을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기술 기업'이 특정 산업을 점령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쇼핑으로는 아마존, 비디오 콘텐츠로는 넷플릭스, 커뮤니케이션 기기로는 애플, 생활 속 플랫폼으로는 구글을 각각 들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기술 기업' 공통점은 SW라는 무기를 이용해 웹·모바일·소셜·클라우드와 기타 온라인 채널을 현실화하고, 국제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SW를 사업에 적용해서 성공한 기업인 카카오뱅크,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에서도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많은 전문가와 같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기업 경쟁력 결정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를 앤드리슨 스타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가 SW를 먹어 치운다.” 그렇다. 세계는 SW가 먹어 치우고 SW는 데이터가 먹어 치우는 것이다. 데이터는 SW를 먹어 치우고 SW는 세상을 먹어 치운다.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 레이크 형태이든 보상 기반의 강화학습으로 만들어진 데이터이든 앞으로 모든 SW는 데이터 품질이 결정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산업 성패는 데이터, SW, 산업이라고 하는 세 요소 간 하모니가 중요한 경쟁 요소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규제와 정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드시 육성해야 할 산업이며, 당위성은 충분하다. 분야마다 역할 담당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SW와 데이터를 이해하는 산업 전문가다. SW 개발자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전문가가 산업의 도메인 지식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산업 전문가가 SW와 데이터를 이해하고 산업 혁신 방향을 잡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혁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릴 때부터 SW와 데이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각자 자기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해당 전문 분야에 자연스럽게 SW와 데이터를 접목한다. 공감과 투자가 일어나고, 의료·바이오·에너지·물류·유통·스포츠 등 기존 산업은 새로운 혁신 산업이 된다.

두 번째는 산업 전문가 못지않은 해당 산업의 지식(도메인 지식)이 있으며 SW 전문 기업과 산업 전문가를 연결하는 데이터 전문가다. 데이터 전문가는 산업 전문가가 잡아 놓은 혁신 방향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확인하며, 기획과 세부 운영을 통해 완결 짓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이터 설계, 상품 설계, 서비스 종류 및 레벨, 서비스 가격, 고객에 대한 지원 등이 이들의 몫이다.

세 번째는 전문 SW 기업이다. SW는 더이상 개인의 결과물이 아니며, 단순한 코딩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해당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문 SW 기업은 해당 산업에 경쟁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력, 경험, 성공 사례 등을 전파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세 역할이 잘 결합된 상상은 매우 즐겁다. 협업을 통해 즐겁게 일하면 틀림없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구현해야 하는 현실 이유와 세부 실현 방안일 것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james@i-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