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강행→잠정 연기...정부 '늑장 대응'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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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29일 예정 5급 공채 등
코로나19 '심각' 반영 4월 이후 시행
기존 "예정대로 진행" 입장 바꿔
민간·공기관은 이미 채용일정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공무원 채용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최대 20만명이 몰렸던 공무원 시험이 진행될 경우 감염병 방역과 수험생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여론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인사혁신처는 오는 29일 시행예정인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시험,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5급 공채 등 1차 시험은 이러한 코로나19 감염사태 상황을 고려해 4월 이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 22일 법원 9급 공채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서울·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5급 공채 시험, 3월에는 국가직 9급 공채, 4~5월에는 서울시 공채·경채, 6월에는 지방직 9급 공채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험은 미뤄졌던 사례가 없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감염병 확산으로 수험생과 집단감염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론에서 들끓자 정부는 5급 공채시험을 4일 앞두고 돌연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해만해도 20만명에 육박하는 수험생이 시험장에 모였다. 또 공무원 시험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치러져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 작년 3월 치러진 국가직 9급 필기에는 15만4331명이 응시했다. 지방직 9급 필기에는 20만4101명이나 응시했다.

이 같은 조치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민 생명이 위협받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채용일정을 강행하려 했던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대응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반보씩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한편 정부는 법원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이미 진행했다. 해당시험에선 수험생 결시율이 높아졌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는 618명 중 315명이 응시해 전국 최하위의 응시율(51%)을 기록했다. 지난해 응시율(66.2%)과 비교하면 15%포인트(P)가량 떨어진 바 있다.

예비비를 지출해 공무원 시험장 방역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2∼3월 실시 예정인 5급 1차, 지역인재 7급, 9급 필기 등 국가직 공무원 시험장 방역을 위해선 총 9억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발열 등 유증상 수험생을 대상으로 시험실을 별도 운영하는 데 4억원, 시험·출제장을 방역하는 데 5억원이 각각 쓰기로 했다.

정부의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채용 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24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모든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잠정 중단했다.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필기시험 일정을 2주 미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을 1개월간 연기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