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 경제 숨통 터 준 데이터 3법이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고]데이터 경제 숨통 터 준 데이터 3법이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으려면

데이터 3법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해 올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기대와 우려가 갈리며 찬반양론이 대립했지만 법 통과로 현실 문제가 됐다. 데이터 3법의 본래 취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애가 되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20년 전 정보화혁명을 통해 우리나라가 누리던 혜택을 앞으로 다가올 미래 지능 정보 사회 또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어 줄 법제 개편이 필요했다.

한편에서는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한 데이터 3법의 개정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우리는 데이터 3법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데이터 3법의 올바른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다면 데이터 3법에 바라는 우리의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는 우려는 현실화할 것이다.

데이터 3법 개정은 분명 데이터 경제의 숨통을 터 주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정법은 아무런 제약 없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쓰게 해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안전망을 위한 토대를 쌓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망 내에서 개인정보로부터 편익을 얻게 하면서 동시에 보호가 보장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우리가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정법을 통해 허용되는 가명정보 처리나 양립 가능성에 근거한 개인정보 이용·제공, 개인정보 합리화 범위 설정 등이 본래 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법령 제정에 더해 충분한 가이드와 사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개별 사안에서 '맥락'과 합리 및 규범 상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을 지키면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유형화하고 합리타당한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수범자가 책임감을 발휘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사례 축적을 통해 법의 해석·적용에서 일관성이 생기고,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수범자에게는 법률상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부여해 합법 활용을 위한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안전한 데이터 처리 결과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지만 비침해 성격의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기준과 가이드가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균형 잡힌 해석과 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위원회가 정치 중립성을 유지하고 전문성에 기초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데이터 경제 발전과 국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전문가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충분히 독립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위원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각지대 없이 개인정보가 잘 보호될 수 있도록 타 부처와의 협력 및 조정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개인정보보호법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로 가는 길을 보여 줌으로써 이번 법 개정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향후 안정된 개인정보 규제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완전한 규제 일원화, 글로벌 수준 활용·보호 규제 담보, 민감정보나 개인영상정보에 대한 특별한 규제를 통한 보호 수준 제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적합한 데이터 규제 체계 정립 등 데이터 규제의 안정 진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 수범자에게는 법률 안정성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추상 성격의 신념이나 추구하는 가치만을 내세운 논쟁 단계는 지났다. 개인정보 규제 출발점인 기본 가치나 이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자세한 사례, 절차, 개별 사안 맥락, 결과에 대한 구체화된 다각도 분석과 판단 등 디테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데이터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을 통해 개정 데이터 3법이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