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국 유통 판을 흔들다...언택트·온라인 쇼핑 가속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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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국내 유통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가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느라 정신없을 때 e커머스는 몰려드는 주문으로 가장 바쁜 한 달을 보냈다. 코로나19가 오프라인 유통의 온라인·모바일 전환과 비접촉 근거리 배송 중심의 유통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에 따른 휴점으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입은 매출 손실만 500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매출 하락이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져 1분기 실적 기대는 사실상 포기 상태다.

고객의 발길이 끊긴 백화점은 매출이 절반 넘게 급감했다. 최근 1~2주 사이에 12개 매장이 연달아 문을 닫은 이마트만 손실 규모가 100억원에 육박한다.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몇 차례 대책을 논의해도 도무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서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는 사람 간 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 소비'를 가속화했고, 그 수혜는 e커머스 업체에 돌아갔다. 쿠팡은 주문량이 평소보다 최대 4배 늘었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배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11번가도 최근 일주일 동안 생필품 카테고리 판매가 약 2배 증가했다. G마켓이나 티몬도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한다. 이미 '탈 오프라인'이 진행된 국내 유통시장에서 코로나19가 구조 변화를 고착시키는 중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형 매장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직접 찾아가던 쇼핑이 근거리 배송 주문 위주로 각각 바뀌는 유통 흐름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면서 “몇 년 후 유통업계에선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유통 트렌드를 바꾼 일대의 대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며 고객 편의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 왔다. 고객 경험이 최우선 목표였다. 한 번 로켓배송을 경험한 고객은 다시 쿠팡을 찾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외부 변수가 이를 앞당겼다. 코로나19는 기존의 마트 핵심 고객이던 중장년층마저 온라인에 합류시키는 중요한 기점이 됐다.

국내 유통 전선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무인화와 온라인 물류 경쟁으로 옮겨 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주문 후 문 앞까지 1시간 내 도착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이를 위해 기존 점포를 풀필먼트스토어로 전환한다. 매장을 창고로 바꾼다는 의미다. 이커머스 업체보다 빠른 배송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접근이다.

코로나로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춘 디지털 기술 활용도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카트를 통해 계산대를 이용하지 않아도 상품 스캔과 간편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매장 픽업 주문에 대해 상품 운반 기능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로봇도 확대 추세에 있다. 무인 편의점도 도심 중심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도 온라인으로 대거 전환할 것”이라면서 “점포 자산을 활용한 빠른 배송 시스템 구축은 전통의 유통 대기업이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