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역병과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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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역병과 코로나19

과거 우리 선조들에게 가장 큰 재난은 전쟁, 천재지변, 역병 등이었다.

이 가운데 역병은 변변한 치료약이 없어 한 번 창궐하면 수많이 사람들이 죽었다. 역병은 삼국사기에도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1000건이 넘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역병이 귀신의 짓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역병이 창궐하면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역병이 도는 마을에서는 무당을 찾았다. 물론 제사나 기도와 별개로 치료, 간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역병을 다스리는 것이 왕의 중요한 평가 덕목일 정도였다. 온 힘을 다해 역병 통제에 힘쓴 이유다.

주목할 것은 역병이 발생하면 발생지 이동을 통제했다는 기록이다. 조선시대에도 기본 조치의 하나는 역병에 걸린 환자를 다른 사람들과 '격리'하는 것이었다.

시대를 건너뛰어 현대에도 과거 역병과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에볼라 등 많은 '현대판 역병'이 유행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물론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연일 수백명씩 나와 우려가 크다. 정부는 코로나19 통제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의심 환자를 더 빨리 검사한다. 무엇보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접촉자를 찾아내고, 격리 조치를 취한다. 확진 환자가 나온 건물은 폐쇄하고, 방역도 실시한다. 과거 역병 대응에서 가장 크게 강조한 격리를 현대에도 우선순위로 시행하는 셈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한계에 부닥쳤다. 격리 조치에 강제성이 없어 격리 수칙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속출했다. 정부가 아무리 방역 작업을 강화해도 소수의 감염자가 돌출 행동을 하면 소용이 없다. 다시 방역망을 넓혀야 하고, 감염자도 늘어난다.

언제든 현대판 역병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 삼아 정부 방역망을 위협하는 개인의 일탈 통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