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그룹,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 '재시동'…내재화 어디까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절박함 대두
석 달에 한 번 꼴 굵직한 투자 감행
포토레지스트·시스템반도체 넘어
주요 장비업체까지 투자 다변화 주목

[이슈분석] SK그룹,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 '재시동'…내재화 어디까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19년 SK그룹 반도체 관계사 매출

# SK가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 후 소재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온 SK지만 지난해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이후 다시 소재 분야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SK그룹 차원의 반도체 소재 확장 전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화수소부터 SiC까지' 다시 불붙는 소재 확장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사업 진출은 한동안 뜸한 양상을 보였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분야 신규 사업 진출이 활발한 SK였지만, 2018년에는 엘티씨에이엠 지분 투자 외 뚜렷한 소재 내재화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던 SK그룹이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소재 신사업 진출의 불씨를 당긴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분야 인수와 신사업 투자 건수는 총 5건이다. 석 달에 한 번 꼴로 굵직한 반도체 소재분야 인수와 신사업 진출이 이뤄진 셈이다.

구체적으로 SK머티리얼즈가 △기체 불화수소 사업 진출 △한유케미칼 인수 △금호석유화학 전자재료사업 인수 등 3건으로 가장 많다. 또 SK실트론이 듀폰의 차세대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부를 인수했고, SKC는 블랭크마스크 사업에 진출했다.

SK의 이런 소재 투자 움직임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3개 소재(불화수소,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례로 수출 규제 이후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에 묻은 찌꺼기를 떼어내는 기체 불화수소 내재화를 선언했고, SK머티리얼즈는 또 올 2월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재료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포토레지스트 제품군 확장에도 나섰다.

이런 SK의 움직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소재 내재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일본 수출 규제로 위기를 겪을 당시 16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의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위기에 대처하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수출규제 위기 동안 경영진에게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으면서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지원에 화력 집중

SK의 소재 사업은 'SK하이닉스 지원'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직후부터 SK그룹은 그룹내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수직계열화 일환으로 소재 사업에 진출하며 종합 소재업체로 발전을 모색했다.

2012년 이후 반도체 소재 분야 투자 현황을 보면 SK그룹 방향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SK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이 반도체 소재 기업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해 2015년 출범했다. 이후 2년간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소재기업 트리케미컬과의 합작법인 SK트리켐, 쇼와덴코와 함께 지분을 투자한 SK쇼와덴코 설립, SK에어가스 지분 인수 등으로 소재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SK머티리얼즈의 사업 확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 2018년 10월 SK머티리얼즈가 지분투자한 엘티씨에이엠은 3D 낸드플래시 제조 핵심 소재인 '고선택비인산'을 개발, SK하이닉스 제조 공정 도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주력인 세정용 특수가스 삼불화질소(NF3)는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SKC도 반도체 소재 사업 육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반도체 평탄화 작업에 쓰이는 CMP 패드 개발, 2017년 반도체 공정용 웨트 케미칼 투자, 자회사 SKC솔믹스 실리콘 공장 증설 등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 및 경쟁력을 쌓고 있다.

◇SK 반도체 내재화 어디까지

SK가 그룹 전반에 걸쳐 반도체 사업 소재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SK그룹 반도체 소재 전략 리포트에서 “SK그룹은 그룹내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IT소재 산업에 진출, 종합 소재 업체로 발전을 모색해왔다”고 분석했다.

수직계열화는 기술력 강화의 수단이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재화된 사업군이 많을수록 필요한 소재를 적기에 개발할 수 있어 차세대 칩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력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반도체 소자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나 부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재·부품 사업은 외형 확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SK그룹은 세계 2위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데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SK그룹 특유의 사내 문화도 소재 사업 확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전신인 현대전자산업과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모두 경험해봤지만, SK그룹이 인수합병에 대해 상당히 열려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한 분위기 속에서 SK그룹의 반도체 관련 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수빈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아직까지 SK그룹의 침투율이 미미한 곳은 포토공정”이라며 “포토 소재의 경우 독과점 경쟁체제가 형성돼 있어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토공정은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작업을 뜻한다. 금호석화에서 인수한 전자재료사업이 포토공정 소재(포토레지스트)와 밀접하다.

한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세메스와 원익IPS에 투자한 것처럼, SK하이닉스도 중요 장비 업체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SK하이닉스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이미지센서와 관련된 소재 육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 투자 강화에 따라 이 분야 핵심 소재인 컬러필터, 마이크로렌즈 투자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는 “두 물질 모두 포토레지스트 물질 구성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