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타다 타봤나"

[강병준의 어퍼컷]"타다 타봤나"

'국회의원의 무지, 착각 아니면 오해일까.'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타다금지법)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뱅법)을 보면서 스친 생각이다.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1년 이상 끌어온 타다가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재웅 쏘카대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타다 베이직'은 내달 11일부터 중단한다. '금융계 메기'를 키운다는 취지로 출발한 인뱅법은 타다금지법과 반대로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사자인 케이뱅크는 사망까지는 아니지만 '식물인간'으로 전락했다. BC카드를 이끌었던 이문환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정했지만 회생여부는 불투명하다.

두 법안은 마지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차를 두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타다는 국회 본회의 한달 전에 법원에서 이미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방법원이 타다쪽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끝나는 듯 했다. 기쁨도 잠시, 수정된 새 개정법이 구법을 밀어내면서 불법으로 결론지었다. 인뱅법은 더 극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본회의에서 폐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법안은 법사위가 관건이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는 자동으로 의결되는 게 관행이었다. 이미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혁신을 가로막는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국회가 혁신 서비스 발목을 잡은 대표(?) 사례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대한민국 '혁신 흑역사'로 기록될 사안이지만 국회의원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설득과 논리보다는 주장과 변명뿐이었다. 이미 수개월에 걸쳐 논의를 끝마쳤고, 다른 모빌리티 업계가 법안 통과를 원하며 택시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논의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었고 타다는 모빌리티가 아닌 택시업계와 문제이며 택시업계 어려움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인뱅법은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본회의 부결 후에 오히려 “부결됐냐”는 엉뚱한 반응이었다.

이 때문인지 끝난 사안이지만 여전히 뒷말이 많다. 쉽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배경은 단순하다. '상식 이하 결과'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면피성 주장도 나온다. 표를 위한 현실론에서 정치논리 때문이라는 색깔론, 심지어 특정기업을 지원해주는 특혜론까지 할 말은 많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개인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표결에 앞서 해당 법을 이해하는 건 기본이다. 물론 상정된 수많은 법안을 모두 알 수 없다. 일정이 많아 법안 내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일부 목소리 큰 동료의원 탓에 잠시 판단이 흐려졌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잘못된 보고로 오해할 수도 있다. 무지든, 착각이든, 오해든 모두 핑계일 뿐이다. 세세한 법 조항은 아니더라도 법이 가진 정치·사회·경제 함의와 파장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타다는 1년 만에 가입자가 170만명을 넘어섰다. '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년 만에 가입자가 1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다섯 중에서 한 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타다와 인터넷은행은 이미 진행형이다. 현실이다. 혁신이라는 거창한 명분까지도 필요 없다. 국회의원이 과연 타다를, 인터넷은행을 이용해 보았을까. 알 수 없다. 본인만이 답을 알고 있다. 정치의 출발점은 현실이다. 현실을 벗어난 정치는 불신이라는 철퇴로 돌아온다. 유권자는 결코 두 번 속지 않는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