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4월 개학'...학사는 꼬이고 학습공백은 커지고

[이슈분석]'4월 개학'...학사는 꼬이고 학습공백은 커지고

각급 학교 개학이 4월로 애초보다 한 달 이상 늦어지면서 입시를 비롯한 모든 학사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대입 일정도 줄줄이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돌봄과 학습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숙제다. 교육부는 대입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원격학습으로 학습공백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녹록치 않다.

◇수업일수 단축, 교육과정 어떻게 소화하나

다음달 6일 개학하면 휴업일수는 총 25일에 이른다. 이 중 15일은 수업일수를 감축하지 않고 방학을 조정해 해결한다. 이를 넘긴 만큼 학교는 유치원 180일, 초중등 190일 법정 수업일수에서 10일을 단축해 운영할 수 있다. 학교는 수업시수도 그에 비례해 줄일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개교기념일 등 재량으로 쉴 수 있는 2~3일 기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월 개학을 하는 만큼 중간고사는 건너 뛸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교육청은 중고등학교에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할 것을 권장했다. 학생부 작성과 1학기 성적 산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도미노처럼 이어져 대입 일정도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이상 개학이 늦어져 학습 공백은 불가피하다. 에듀테크를 활용해 실제 수업처럼 학생과 소통하고 지도하는 교사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각종 인터넷 카페에서는 학생 자녀가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TV만 보거나 게임만 한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각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 지도 안내가 이뤄졌으나 학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학교나 교사가 적지 않다. 학부모에게 제대로 안내도 하지 않고 학습 콘텐츠를 학교 홈페이지에만 올리는 학교도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지적에 “첫 주는 새로운 학급을 배정받고 알아가면서 학습을 안내하는 주다. 3주차부터는 학교 시간표에 준하는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시도교육청과 영상으로 회의를 하면서 대책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입 일정도 줄줄이 연기

휴업 연장으로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학 단축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주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15일 간을 방학 단축 없이 보강하기는 쉽지 않다. 고3 입시 일정을 생각한다면 여름 방학만을 단축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성적 산출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물론 학교마다 예정된 석면공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입 연기를 검토 중이다.

개학이 한 달 넘게 늦춰진 것처럼 수능도 한 달 이상 미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능 일정을 늦췄을 경우 대학도 부담이 크지만 무엇보다 한겨울로 접어들면 폭설 등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학생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7년 포항지진으로 해당 지역 학생 시험이 힘들어지면서 당시 수능을 1주일 연기한 경험도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1주일 정도는 수능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을 비롯한 대입 일정 연기 발표는 개학 일정이 확정된 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 6일로 개학을 늦춰졌지만 코로나19 추이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입 일정 연기를 발표했다가 또 다시 연기되는 상황이되면 대입 연기 자체도 또 다시 검토해야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업 결손을 걱정하는 많은 고3 학생과 학부모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교육부가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드린다”며 “장기간의 고교 개학 연기 상황을 감안하여 교육부는 실현 가능한 대입 일정 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어지는 휴업에 긴급 돌봄도 난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휴업에 따라 정부는 긴급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3월 20일까지 제공하는 긴급돌봄 수요 조사에서 유아 61만9022명 중 8만2701명(13.4%)만이 돌봄을 신청했다. 초등학생은 272만1484명 중 6만490명(2.2%)만이 신청했다. 정부는 오후 5시까지만 돌봄을 제공했다가 오후 7시로 시간을 늘렸지만 이용자는 제자리였다.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단순 돌봄만이 문제가 됐다. 교과과정과 연계할 수가 없어 프로그램이 단조로운 탓이다.

교육부는 이러닝 콘텐츠(EBS, e학습터 등) 및 학교온 사이트 등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시설·방역·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 때문에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가 감염위험이 높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개학을 추가로 2주 연기했다. 최근 늘어나는 확진자의 대부분이 집단 감염에서 나오고 있으며 유아·청소년 확진자도 꾸준히 증가했다. 3월 7일 379명이었던 유아·청소년 확진자는 3월 15일 510명으로 증가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