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LG도 베트남행 전세기 띄워 '인력 급파'

이르면 내주부터 500여명 순차 입국
기업, 해당국가 설득 가시적 성과로
급한 불 껐지만 타국가 활로도 시급

LG가 전세기를 띄워 베트남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한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음에도 LG 엔지니어들에 대한 '예외 입국'이 허용됐다. 이보다 앞서 같은 조치를 받은 삼성에 이어 LG까지 베트남 출장길이 열리면서 현지에 핵심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으로 전 산업에 걸쳐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 주목된다.

LG트윈타워
LG트윈타워

24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이노텍 등 LG그룹 전자계열사 엔지니어들의 입국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LG는 그룹 차원에서 전세기를 띄워 이르면 다음 주부터 엔지니어들을 출장 보낼 계획이다.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가 철저한 방역을 약속하고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LG디스플레이 인력 중심으로 LG전자·LG이노텍 직원들과 협력사 관계자들이 함께 차례로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출장에 나서는 인력은 총 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 3개월에 걸쳐 나눠 입국할 예정이며,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LG 생산단지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전경(자료: 전자신문DB)
LG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전경(자료: 전자신문DB)

LG 엔지니어의 베트남 입국은 매우 이례다. 베트남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입국 차단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모든 외국인은 물론 자국 재외교포 입국도 막았고,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외교·공무상 입국이나 기업 관리자, 고급 기술 인력 등 정부가 사전에 허가한 경우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LG가 포함된 것이다. LG는 △외부인과의 접촉 차단 △이동 시에도 별도 차량 이용 △건강 상태 확인 △전세기 조달 등 방안을 제안하고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예외 입국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 공지 사항
주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 공지 사항

LG 하이퐁 단지는 TV, 세탁기, 에어컨,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LG의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하이퐁에 모여 있다. LG는 생산 라인 유지·보수, 신제품 출시를 위한 라인 개조 및 증설 등이 필요해 엔지니어 출장을 보내야 했지만 베트남 입국 제한이 강화되면서 생산 등 사업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LG에 앞서 삼성도 베트남 예외 입국 허가를 받았다. 삼성은 삼성디스플레이 중심으로 100여명이 13일 출발했다. 오는 28일에는 2차 출국이 예정돼 있다.

우리 기업의 베트남 입국길이 잇따라 열리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끄는 모양새다. LG뿐만 아니라 삼성도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가전 등을 생산하고 있어 입국 제한으로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뻔 했다. 특히 해외 출장에 나선 엔지니어들과 해당 국가를 설득하는 기업의 노력, 또 현지 대사관의 지원이 더해져 성공 사례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여전히 많아 다른 국가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조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급한 지역은 헝가리, 폴란드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에는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르고 있는 이차전지 공장이 많다. 삼성SDI·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관련 업계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공장을 만들었고, 가동 및 증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현지 대사관도 적극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규식 주헝가리대사는 지난 16일 로버트 이쉭 헝가리 투자청장(HIPA)을 면담하고, 정상적인 생산라인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 입국 문제와 화물 운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최소화 등을 논의했다.
선미라 주폴란드대사도 지난 13일 폴란드 재무부를 방문, 코시친스키 재무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폴란드에 진출한 우리 기업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대사관 측은 밝혔다.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자료: 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조감도.(자료: 삼성SDI)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